‘새벽배송’ 상자 3개 두고 숨졌지만…“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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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 '저희 책임이다. 죄송하다'고 하는 사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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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쿠팡의 입장문을 봤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책임 없는 일터의 죽음에 대한 갑갑한 마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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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게 일할 수 밖에 없는 구조 문제”
“누구 하나 ‘저희 책임이다. 죄송하다’고 하는 사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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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택배 상자 3개를 머리맡에 두고 목숨을 잃은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 박아무개(60)씨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안양장례식장에서 지난 14일 만난 박씨 동생이 말했다. 그는 “쿠팡의 입장문을 봤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책임 없는 일터의 죽음에 대한 갑갑한 마음을 털어놨다. 전날 새벽 쿠팡 퀵플렉스로 일하던 박씨가 배송 중 목숨을 잃은 뒤, 쿠팡은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닌 군포시 소재 전문배송업체 에이(A)물산 소속 개인사업자”라는 입장문을 냈다.
관련 기사 보기 : 새벽 4시에 쿠팡 배송하던 60살 숨져…머리맡엔 상자 3개
쿠팡은 직접 고용 인력이 배송을 맡다 2021년부터 기존 택배사들처럼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CLS·씨엘에스)가 대리점과 계약을 맡고 대리점이 택배 노동자(박씨)와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런 구조에서 택배 노동자는 형식적으론 대리점과 사업 계약 관계를 맺는 개인사업자(특수고용노동자)다. 쿠팡이 박씨를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고 강조한 이유다.
하지만 택배노동자들은 사실상 한 택배업체에 종속돼 직·간접적인 지시와 감독을 받는 ‘무늬만 사장’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가령 씨엘에스의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클렌징’(배송구역 회수 제도)의 경우, 씨엘에스가 물건 배송률 등을 근거로 대리점의 배송 구역을 회수하면 일감 감소와 계약 해지 등 그 피해를 고스란히 택배 노동자가 받는 식이다.
동생 박씨는 “아무리 개인 사업자라고 하지만, 무리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문제 있는 것 아니냐”며 “회사가 시키는 대로 10개든, 100개든, 1000개든 택배를 무조건 배송해야 한다면 무리하게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구나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를 줄이기 위해 다른 택배사와 택배 노동자가 맺은 사회적 합의에 씨엘에스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고용 구조를 외주화한 데다, 이를 보완할 사회적 합의조차 따르지 않아 힘겹게 합의해 온 택배 업계의 최소 노동 조건을 씨엘에스가 악화한다는 비판이 이어진 까닭이다.
이날 박씨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박씨의 심장이 비대해져 있었다는 구두 소견을 경찰 쪽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300g 정도인데, 박씨 심장은 800g가량으로 커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인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부검 소견으론 과로사가 아니라고 얘기할 수도 없고 과로사라고 얘기할 수도 없다”며 “(산업재해 판단에서) 과로사냐 아니냐는, 과로를 했느냐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고, 본인 지병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쿠팡은 고인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2시간이라고 밝혔는데, 뇌혈관·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고용노동부 고시)은 야간근무일 경우 주간근무 시간의 30%가 더해진다. 이 경우 고인의 1주 근로시간은 67시간으로, 과로사 기준(주 60시간)을 넘는다. 고인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새벽배송조로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 박씨는 “형님이 쿠팡 일을 시작하고 친척 어른들이 못 알아볼 정도로 살이 쫙 빠졌다”며 “그저 먹고 살려고 열심히 일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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