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케이블카’ 마지막 절차 완료… 착공식만 남았다
환경단체 “취소 소송·물리적 저지도 불사”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13일 강원도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 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해 공원사업 시행 허가를 내줬다. 이로써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환경부가 국립공원 안 케이블카 건설 규제 완화를 추진한 지 14년 만에 공사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끝내고 착공식만 남겨두게 됐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15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13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조건부 공원사업 시행허가를 내줬다고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공원사업 시행허가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사후 관리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환경보전기금을 조성해 훼손지 복원 대책을 추진하고,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이행하기로 한 내용을 철저히 이행하라는 것 등이 주요 허가 조건”이라고 말했다.
공원사업 시행허가는 공원관리청이 아닌 기관이나 개인이 공원계획과 공원별 보전·관리계획에 따른 사업을 시행할 때 공원관리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허가다.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은 지난 2월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과한 이후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투자심사 △국토교통부의 특별건설 승인 △산림청의 국유림 이용과 산지일시 사용허가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공사 착수까지 국립공원공단의 공원사업 시행허가만 남겨둔 상태였다. 양양군이 낸 이 사업 시행허가 신청은 지난달 25일 접수돼, 연휴 등 휴일을 뺀 업무일 기준으로 10일 만에 허가가 이뤄졌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국시모) 사무국장은 “공단의 공원사업 시행허가에서 핵심은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가 공원계획 변경을 허가하며 제시한 멸종위기종과 산양 보호 대책 수립 등 7가지 부대조건의 충족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라며 “수년간 논란이 돼 온 이 문제 검토를 단 10일 만에 끝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고, 결국 정무적 판단에 휘둘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색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구간은 설악산 국립공원 내 오색지구부터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 왼쪽 봉우리인 끝청(해발 1480m) 사이 3.3㎞ 구간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논의는 40여년 전인 1980년대 초부터 지역사회에서 제기됐으나 국립공원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다 2009년부터 이명박 정부가 국립공원 규제 완화에 나서 2010년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에 설치 가능한 삭도(케이블카) 길이를 2㎞에서 5㎞까지 늘리는 내용으로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본격 추진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어 2015년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을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까지 이뤄졌으나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서 이후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계기로 환경부가 적극성을 보이면서 지난 2월 가장 높은 문턱이었던 환경영향평가 협의까지 넘어서게 됐다.
강원도 양양군은 조만간 최대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성대한 착공식을 연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1일 ‘강원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3억원은 애초 양양군이 ‘수십 년 만에 해결된 현안사업의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한 예산 편성’이라며 잡아둔 5억원에서 군의회가 ‘예산 한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2억원을 삭감해 줄어든 것이다.
환경단체는 이번 시행 허가 처분에 대한 법적 투쟁과 공사 현장 저지 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정인철 국시모 사무국장은 “국립공원이 이렇게 우리 눈앞에서 훼손되는 경우는 수십 년 동안 없었던 일”이라며 “공단이 내준 공원사업시행허가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공사가 진행되면 현장에서 비폭력적 틀 안에서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기록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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