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벗고 걸어볼래요?”…‘맨발걷기 열풍’에 지자체들 잇따라 걷기길 조성[현장에서]
지난 12일 경기 성남시 율동공원에 마련된 ‘맨발 황톳길’에는 이른 오전부터 맨발 걷기를 하려고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황톳길 초입에 마련된 신발장에 신고 온 신발을 벗어두고 흙 위를 걷기 시작했다. 지팡이를 짚고 혼자 걷거나 가볍게 뛰기도 했고, 10여명이 함께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
길을 걷는 시민들은 연신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발바닥이 촉촉해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걷기를 마친 시민들은 따로 마련된 세족장에서 발을 씻고 뒷정리를 마친 뒤 떠났다.
황톳길에서 만난 이광필씨(60)는 “평소에도 동네 뒷산에서 맨발걷기를 자주 하는데 이렇게 따로 조성해놓은 곳은 처음 와봤다”면서 “맨발로 걸으면 소화가 잘되는 것 같고 몸에 활기가 돈다”라고 말했다. 이창길씨(72)는 “오늘만 벌써 세바퀴를 돌았다”라면서 “걸을 때마다 푹신한 황토 촉감이 느껴져 건강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맨발걷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17년 개설된 네이버 카페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에는 현재 2만7000여명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이에 전국 곳곳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민선 8기 공약사업의 하나로 총 34억5100만원을 들여 지역 내 6곳에 맨발걷기 황톳길을 조성한 성남시가 대표적이다. 율동공원(740m)과 구미동 79번지 공공공지(320m), 대원공원(400m), 수진공원(520m), 율동공원(740m), 중앙공원(520m), 위례공원(520m)에 최근 모두 맨발로 걷는 길이 생겼다.
성남시 관계자는 “맨발걷기가 유행하면서 뒷산 같은 곳에서 맨발로 걷는 시민들이 많아졌는데 안전성 우려 등이 있어 시 차원에서 공간 확보에 나서게 됐다”라면서 “개장 이후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추가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는 지역 내 12곳(총 4㎞ 규모)에 맨발걷기 길을 만들었다. 서대문구 역시 연희동 연북중학교 후문 인근 안산 산복도로에 맨발걷기길을 조성했다.
경기 수원시는 지난달 광교 호수공원에 맨발걷기길을 개장했고, 하남시도 풍산근린3호공원과 미사강변둑길에 맨발걷기길 조성을 마쳤다. 강원 춘천시는 오는 2024년까지 5억2000만 원을 들여 7.4㎞ 규모의 맨발 걷기 코스를 만들기로 했다.
맨발걷기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조례도 속속 제정되고 있다. 올해 초 전북 전주시의회에서 ‘맨발걷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전국 최초로 통과된 데 이어 지난달 전남 목포시의회에서도 관련 조례가 통과됐다. 광역 단위에서는 경기도의회가 맨발걷기 지원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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