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8월 주택 전기사용량 역대 최대…요금 25%가량 올라

박수진 기자 2023. 10. 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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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 전기 총판매량 9377GWh로 4.6% 증가…가구당 2.5%↑
상점 등 일반용 전기 사용도 2.6% 증가…산업용은 2%대 감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8월 주택용 전기 사용량이 4.6% 증가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여름 이후 전기요금이 1kWh당 30원 가까이 인상된 데 따른 영향으로 각 세대가 평균적으로 작년보다 약 25% 오른 8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전력이 발표한 전력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용 전기 판매량은 9377GWh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6% 늘었다. 8월 주택용 전기 판매량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과 겨울을 통틀어 역대 최대 기록이다. 올해 8월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은 333kWh로 지난해 8월의 325kWh보다 2.5% 증가했다. 총 전력 사용량이 4.6% 늘었는데 가구당 평균 사용량이 이보다 적게 증가한 것은 가구 수가 증가(2760여 만→2810여 만)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전은 설명했다. 지난해 8월 427kWh의 전기를 쓴 평균 4인 가구라면 6만6690원의 전기요금을 냈지만, 올해는 438kWh의 전기를 써 약 25% 오른 8만3390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용량 증가율보다 요금 인상률이 더 높은 것은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이후 전기요금이 세 차례에 걸쳐 1kWh당 총 28.5원 인상됐기 때문이다.

4인 가구가 작년과 같은 427kWh를 썼더라도 요금 인상 영향만으로도 올해 8월 전기요금이 8만530원으로 20.8% 올랐다. 상점 등 상업 시설에서 사용되는 일반용 전기 판매량도 소폭 증가해 가정용과 마찬가지로 소상공인 등이 체감하는 인상 폭은 컸을 것으로 보인다. 8월 일반용 전기 판매량은 1만3102GWh로 지난해 대비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용 전기 판매량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을 깼다.

가정용과 일반용 전기 사용량은 날씨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폭염일은 11일로 역대급 여름 더위가 찾아왔던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 8월 서울의 평균 기온은 27.2도로 201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업계에서는 무더위 속에서도 가정용 전력 사용량 증가율이 그나마 5% 이내에서 묶인 것에는 올해 대대적으로 전개된 가정용 에너지 캐시백 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한전은 올해 여름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각 가정의 여름철 전기요금이 자칫 급등할 수 있다고 보고 에너지를 예년 대비 적게 쓰는 가정의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에너지 캐시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등 에너지 절감 유도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한전에 따르면 8월 69만9000가구가 에너지 캐시백 신청을 한 가운데 43.9%인 30만6000가구가 실제 절감에 성공해 총 20억7000만 원의 캐시백을 받았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감산 등 경기 부진의 영향 속에서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2만4703GWh로 전년 동월 대비 2.1% 감소했다. 휴가철 영향 등으로 8월 전력 판매량은 전달보다도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 부진 속에서 산업용 전기 사용량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 3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권에 머물러 있다. 전기 사용량은 일반적으로 실물 경기 활력의 척도로 여겨진다.

한편, 8월 한전의 1kWh당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각각 149.1원, 166.0원으로 1kWh당 차익은 16.9원이었다. 이로써 한전의 전기 판매 단가에서 전기 구입 단가를 뺀 차액은 지난 5월부터 넉 달째 플러스를 기록해 장기간 이어진 역마진 구조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한 모습이다.

다만 여기에는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다 파는 금액만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한전이 전기를 각 고객에게 공급할 때 드는 원가에는 전기 구입비 외에도 송·변전 시설 투자비, 인건비 등 경상비, 추가 투자를 위한 적정 이윤 등이 반영되어야 한다. 한전은 1kWh당 전기 판매 단가가 전기 구입 단가보다 최소 20원 이상 높아져야 적자를 보지 않는 수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런 세부 요인을 제외해도 올해 1∼8월 누적 기준 1kWh당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각각 153.7원, 151.3원이다. 여전히 한전의 역마진 구조는 깨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못해 한전은 2021년 이후에만 47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다. 2분기 말 기준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약 201조원에 달한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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