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방 내려보냈더니 ‘두 집 살림’…매년 118억원 낭비하는 공공기관

이지안 기자(cup@mk.co.kr), 최예빈 기자(yb12@mk.co.kr) 2023. 10. 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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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로 이전한 문화예술위
핵심사업은 모조리 서울에
미술관 등 운영인원도 잔류
콘텐츠진흥원 사무소 7곳
유지비만 연간 99억 달해
관광공사 등도 사정 비슷
문화체육관광부. [사진 출처=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의 본부가 지방으로 이전했지만 정작 핵심 현장업무 상당수가 여전히 서울에서 처리되고 있어 업무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기관의 경우 직원의 절반 가량이 서울 사무소에 상주하고 있을 정도로 지방 이전의 의미가 퇴색됐으며, 서울 사무소 유지 관리에 사용하는 비용만 연간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기타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해 산하 공공기관 8곳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운영하는 사무실 면적이 9만4243㎡(약 2만8500평)에 달했고 임차비로 연간 118억원을 지출했다. 또한 서울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9월 기준 260여명이 수도권에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관들은 2013년 지방으로 본부 이전을 시작한 이후 2년 뒤인 2015년 이전을 완료했다. 이 기관들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논의된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 목록에 포함된 기관들이다. 일례로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가 2013년 부산 이전을 마쳤고, 이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나주로 갔고 한국관광공사 역시 원주로 이전했다. 이어 한국저작권위원회(진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전주)도 지방으로 2015년 본사를 옮겼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상당수 인원들은 여전히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어 운영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66명의 임직원 중 절반에 가까운 118명이 서울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예술위원회는 2만6212㎡(약 7900평)에 달하는 예술기록원, 인력개발원, 예술극장 운영하면서 핵심사업을 서울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아르코 극장, 대학로 극장, 미술관 등이 서울에 있기 때문에 일정 인력이 당연히 서울에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서울 강남구·중구·동대문구·마포구 등 7곳에 전체면적 5만8178㎡(약 1만7600평) 수준의 건물과 사무실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99억 원에 달하는 임차비를 지급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역시 본사 소속 직원 42명이 서울센터에 머물며 근무하고 있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지역균형발전이라고 하는 목표를 위해 인위적으로 흩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는 것”라고 말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용산구·중구 소재 건물 유지를 위해 매년 9억원을 쓰고 있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역시 마포구 소재 2개 건물 운영을 위해 매년 7억원에 달하는 임차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회의와 교육 등의 목적으로 50평도 안되는 규모의 사무실 임차하고 있는데 여기에 쓰이는 금액만 연간 8000만원 수준이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이 서울 사무실 운영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며 “핵심 기능을 서울에 그대로 남겨두면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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