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민이 정율성 흉상 훼손…보훈장관 “적법 절차에 따라 철거해야”

김명일 기자 2023. 10. 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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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광주 남구 정율성로에 있는 정율성흉상이 기단 위에 놓여 있다. 해당 흉상은 지난 1일 보수단체 회원에 의해 기단에서 떨어진 채로 바닥에 놓여있었다. /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광주광역시에 설치되어 있는 중국 음악가 정율성 흉상이 시민에 의해 잇따라 훼손된 사건과 관련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당당하게 철거할 수 있도록 기다려달라고 했다. 정율성은 광주에서 태어나 중국에 귀화한 음악가로, 북한·중공군 군가를 작곡했다. 보훈부는 앞서 광주시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이미 설치되어 있는 정율성 흉상 등 기념시설도 철거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박민식 장관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율성 흉상은 적법절차에 따라 당당하게 철거될 것”이라며 “국민과 수많은 광주 시민들께서 정율성 기념사업 중단과 기존 시설 철거를 촉구하고 계신다”고 했다.

박민식 장관은 “아직도 광주시는 이견을 보이고 있어 답답합니다만,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며 “이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 법치주의 국가가 마땅히 지켜야 할 원칙이다. 사업 중단과 시설 철거에 찬성하더라도,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사적구제로 물리력을 사용한다면 이는 옳지 못한 행동으로 결코 지지받을 수 없다”고 했다.

박민식 장관은 “정치,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공시설을 무작정 파괴한다면 ‘반달리즘’으로 오해를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이런 반헌법적 시설물을 설치한 자들에게 빌미를 주게 될 것”이라며 “정율성 기념사업 폐지 문제는 정부와 광주시에게 맡겨 달라. 광주시의 태도에 분노하시더라도 우선은 보훈부를 채찍질하시고 적법한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달라”고 했다.

이어 “강기정 광주시장께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보훈부의 시정권고를 무작정 거부하지 말고, 광주시민의 여론에 전향적으로 귀 기울여 주시라”며 “지금 한쪽에서는 광주 시민이 몰래 흉상을 파괴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광주 시민이 몰래 흉상을 복원하고 있다. 정율성 때문에 우리 광주 시민들이 남몰래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을 멈춰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광주 남구에 따르면 전날(14일)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거리’에 세워져 있던 정율성 흉상이 기단에서 분리된 채로 발견됐다.

정율성 흉상이 훼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일에도 보수단체 회원 윤모(56)씨가 흉상 목 부분에 밧줄을 묶고 2.5t 승합차에 연결한 뒤 쓰러뜨렸다. 이후 흉상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에 의해 원위치로 복원됐지만, 다시 훼손된 것이다. 이 흉상은 중국 청년단체가 제작해 광주 지역 청년단체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율성은 단순 좌익 계열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6·25전쟁 때 국군과 맞서 싸운 북한과 중공의 군가를 여럿 작곡한 인물이라 대한민국의 세금으로 기념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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