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분 만에 재개된 경기,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던 페냐…“투수 교체할 수 있도록 규칙 바꿔야”

배재흥 기자 2023. 10. 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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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펠릭스 페냐가 지난 14일 대전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화의 오른손 투수 펠릭스 페냐(33)는 지난 14일 대전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3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1-0으로 앞선 4회초 투구를 앞두고 변수가 생겼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경기가 중단된 것이다.

경기는 51분 만에 재개됐지만, 이미 어깨가 식어버린 페냐는 더는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태였다. 자칫 무리하면 부상할 수도 있던 상황. 그러나 페냐는 규칙에 따라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KBO 야구규칙 5조 10항은 ‘이미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투수가 이닝의 처음에 파울 라인을 넘어서면 그 투수는 첫 번째 타자가 아웃 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페냐는 정상적인 투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결국 선두 타자 윤동희에게 시속 136㎞ 직구를 던졌다가 좌전 안타를 맞고 난 뒤 다음 투수 장시환과 교체됐다.

KT 웨스 벤자민이 힘껏 투구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최원호 한화 감독은 15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전날 상황에 대해 “경기 재개 전에 페냐가 몸을 풀어보더니 불편해서 정상적인 투구가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며 “투수코치가 봐도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규정에 따라 꼭 마운드에 올라가서 한 타자를 상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이어 “어쩔 수 없이 한 타자를 상대하게 한 다음에 교체했지만, 정말 규정을 바꾸든지 해야 할 것 같다”며 “경기 중단 30분이 넘어가면 선택권을 주는 방식의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대전에서 열린 KT와 한화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경기는 KT 선발 웨스 벤자민이 3-1로 앞선 5회말 선두 타자 문현빈과 7구째 대결을 하던 도중 갑자기 퍼붓는 비로 중단됐다.

경기는 무려 204분이 흐른 뒤 재개됐는데, 같은 규칙에 따라 벤자민은 문현빈과 남은 승부를 결정지은 뒤에야 다음 투수와 교체됐다. 벤자민은 볼카운트 2-2에서 시속 77㎞ 커브와 97㎞ 직구 등 완전하지 못한 공으로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당시 이강철 KT 감독 또한 “30분 이상 경기가 중단됐을 때 투수를 교체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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