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종학살 멈춰라" VS "하마스는 테러집단"···갈라선 뉴욕
이·팔 전쟁 지지자들 연일 시위
학교 통지문 내용 두고도 신경전
안전 우려에 행사들 잇따라 연기
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명소인 타임스스퀘어는 42번가를 중심으로 둘로 갈라졌다. 42번가 아래 세 블록은 팔레스타인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이스라엘은 인종학살을 멈추라” 등 1000명에 가까운 시위대가 외치는 구호가 타임스스퀘어 곳곳에 울려 퍼졌다.
불과 15m 떨어진 도로 맞은편에는 수십 명 규모의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대치했다. 손에는 이스라엘 국기와 성조기,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의 만행을 담은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비록 숫자는 적었지만 이들 역시 “하마스는 테러 집단”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 사이를 경찰차와 바리케이드로 분리한 수십 명의 경찰은 긴장한 듯 연신 좌우를 살폈다. 지나가던 무슬림 행인이 이스라엘 시위대를 발견하고 욕설을 퍼붓다가 흑인 경찰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측의 한 남성도 소리를 지르며 맞받았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한 하캄 노파우는 “팔레스타인이 평화의 땅이며 우리는 우리만의 땅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지난 75년간 싸워왔고 앞으로도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파우는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미국과 팔레스타인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시위 현장에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양측의 인식 차는 뚜렷했다. 이스라엘 지지자들은 하마스의 행위를 테러로 보는 반면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은 저항으로 평가했다.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저항은 정의이며 정의 없이는 평화가 없다”며 “이스라엘은 인종 학살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한 팔레스타인 지지자는 미국의 방송 카메라를 향해 “거짓말을 보도하는 대가로 뭘 얻느냐”며 거친 욕설을 뱉어내기도 했다.
반면 이스라엘 지지 시위에 참여한 변호사 존 그린버그는 “나는 활동가도 아니며 이런 시위에는 처음 참여한다”며 “이스라엘에 있는 처남이 음악 축제에 갔다가 총격을 받고 수술에 수술을 거듭하고 있다. 테러 희생자와 함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누구와 함께해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이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정작 하마스는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삼기 위해 계속 그곳에 머물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이스라엘 지지자는 “우리 손에는 이스라엘 국기와 함께 성조기가 들려 있지만 저쪽은 오직 팔레스타인 국기뿐”이라며 “그들은 미국을 위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국과 평화를 위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맨해튼 등 대도시에서 표출되는 분노는 갈등의 한 단면이다. 미국 내 반(反)유대인·반이슬람주의는 오히려 지역사회 곳곳에서, 수면 아래에서 드러나지 않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뉴저지 버건카운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이스라엘의 평화와 안전을 기원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가 무슬림 학부모의 항의로 양측의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으로 정정하는 추가 통지를 내기도 했다. 반면 인근 지역의 중학교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한다’는 문구를 담은 관련 안내문을 냈다가 유대인들의 항의를 받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학교가 보낸 추가 안내문에서 팔레스타인은 제외됐다. 미국 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많은 이들에게 이번 사태는 가족의 문제이기도 해서다. 뉴저지의 한 유대인 커뮤니티는 이날 소속 회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2차 대전 이후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의 학살이 벌어졌다”며 “이스라엘에 있는 수많은 형제자매들이 살해되고, 실종되고, 부상을 입는 현실은 극심한 고통”이라며 하마스에 대한 분노를 공유했다.
갈등에 따른 안전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뉴욕·뉴저지 일대의 학교는 가을 축제 등 예정된 행사를 연기했다. 전날 유대인 학생 폭행 사태와 반유대·반이슬람 집회로 인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 뉴욕의 컬럼비아대는 이날부터 일반인의 내부 통행을 재개했지만 긴장감이 여전하다. 입구를 지키던 컬럼비아대 보안 직원은 “시위가 캠퍼스에서 다시 발생하는 등 상황이 어찌될지는 모른다”며 “통제 완화 조치가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맨해튼 2번가에 있는 이스라엘대사관에서는 여러 대의 경찰차가 주변을 지키며 혹시 모를 상황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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