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1000명 증원 추진…의협회장 "들은 바 없어, 의료 현장 분노"
의대 정원 1000명 증원 방안 등 논의…추진 시 19년만에 정원 확대
의협 "증원 가능성 열어두고 정부와 협의해와…신뢰관계 심각한 훼손"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의과대학 정원의 대규모 확대 방안을 둔 고위 당정협의회을 15일 오후 6시 개최한다. 의대 정원 1000명 증원 방안을 비롯해 국민연금 개편 방안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현실화 될 경우 19년 만에 대대적 의대정원 확대가 이뤄지지만, 의사단체 반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향적 자세로 의대증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치지 않은 추진이 이뤄질 경우, 2020년 파업 또는 그 이상의 현장 반응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15일 이필수 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를 통해 "의협이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 필요하다면 유연성 있게 논의하자고 열어둔 것을 정부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인데 갑작스럽게 논의되는 것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며 "만약 사실이라며 의·정 신뢰도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으로, 현재 현장 의료진이나 의대생 커뮤니티 등이 굉장히 분노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이날 오후 예정된 의대정원 증원 방안을 둔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의 고위 당정협의회에 대한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긴 호흡의 논의를 전제로 의·정 신뢰관계를 구축해 왔지만, 이날 논의가 증원으로 기우는 일방적 조치가 이뤄질 경우 파업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
의대증원 논의는 인구 수도권 집중과 지역 의료 취약성 등 필수의료 공백 상황 등이 이어지며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증원 자체에 대한 입장은 여야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다. 국민 여론 역시 조성된 상태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13~19일 전국 20~60대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6.3%가 현재 정원의 약 10% 이상을 증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4.0%(241명)가 1000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300∼500명 늘려야 한다가 16.9%(170명), 500∼1000명 15.4%(154명), 100∼300명 11.5%(115명)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단체와의 충분한 협의가 거쳐지지 않은 상황이라 난항이 예상돼 왔다. 다만 의료계가 의대증원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해온 것은 아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2년 이상 필수의료 관련된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뤄왔고, 향후 의대증원에 관한 전향적 논의를 펼치기로 한 상태였다. 때문에 갑작스러운 고위 당정에 의협 역시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취임 이후 정부와 의료현안 협의체를 통해 그동안 필수 의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향후 의대 정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었다"며 "정부 역시 앞선 현안협의체에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겠다고 해놓고 상황이 이렇게 되니 회원들을 설득하기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주 화요일 예정된 전국의사대표자 긴급회의를 통해 분위기를 풀어나가 보겠지만, 국가적으로 보건의료가 어려운 시기에 소통과 대화로 해결돼야지 일방적으로 진행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의대정원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단체 요구로 10% 줄어든 뒤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됐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정원을 4000명 증원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의사들의 파업으로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의료 공백 해소라는 대의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만큼, 선결과제가 해결된다면 충분히 논의할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실제로 의협은 올해 초 보건복지부가 2023년 업무추진 계획을 통해 언급한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에 대해 코로나19(COVID-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한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어 8월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일방적 주도가 아닌 보건의료 중심축인 의료인의 목소리가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의대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해결책이 될수 없으며, 필수의료과 의사들의 전과 현상부터 막을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필수·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의사 증원 보다는 분배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이 회장은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강화 방안의 하나로 의사인력 확충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필수·지역의료 문제를 의료인의 총량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이 동반될 것이므로, 우선적으로 필수의료 분야 법적부담 완화 및 열악한 의료 환경 개선 등을 통해 필수의료 기피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의료인력 확충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 의료인력의 상황 및 미래 수요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또 확충된 인력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에 고스란히 유입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고위 당정에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자리할 예정이다. 여당에선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가 참여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까지 그리스 등 유럽 4개국을 순방 중이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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