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물가는 잡혀 가는데…韓인플레 또 비상, 소비가 위험하다 [홍태화의 경제 핫&딥]

2023. 10. 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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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미국 CPI 3.7% 상승…우리나라와 같은 수치 기록
美 고강도 긴축 결실, 약 6년만에 韓美 물가상승률 동수
우리나라 인플레 다시 비상…민간·정부소비 모두 우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피자가게 메뉴판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물가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으면서 고금리 상황이 전망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이 긴축 기조를 유지 혹은 강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같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 전쟁도 물가와 금리를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유연한 수준으로 긴축 고삐를 좼다. 이에 미국에 비해 낮았던 물가 상승률은 시나브로 격차가 좁아졌고, 이젠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정부와 민간 모두 쉽사리 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셈이다. 국내총생산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미 기미가 나타났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상승했다. 지난 달과 같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9월 소비자물가도 3.7%를 기록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한국과 같거나 낮아진 것은 2017년 8월 이후 6년 1개월 만이다. 미국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7년 9월부터 6년간 매달 한국을 웃돌았다. 작년 3월엔 미국 물가가 8.5%까지 치솟으면서 4.4%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양국의 물가상승률이 같아진 것은 국내 물가 상승세가 다시 거세진 탓이 컸다. 8월 소비자물가는 3.4% 오르며 전달(2.3%)보다 1.1%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9월(3.7%)에도 0.3%포인트 올랐다. 국제 유가 탓이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4차례 연속 이뤄진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 등 강력한 긴축 정책의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지갑을 닫게 되는 것이다.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따르면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지난 8월 기준 102.6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108.2와 비교하면 5.2% 하락한 수치다. 코로나19가 본격화했던 지난 2020년 3월(-7.1%)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전월 대비로는 0.3% 줄었다. 7월(-3.3%)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로, 역시 작년 4∼7월 이후 1년여만에 처음이다.

가장 감소폭이 큰 부문은 의복·신발·가방 등 준내구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6%나 감소했다. 의복 판매액 감소폭이 가장 컸다. 비내구재 가운데서는 음식료품의 소비 감소가 두드러졌다. 8월 음식료품 소매판매액 지수는 95.1로 1년 전보다 8.3% 줄었다.

외식 소비까지 아우르는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 역시 5.1% 감소했다. 2021년 1월 7.5% 감소한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비 감소는 성장률 둔화로 이어진다. 2분기 민간소비는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0.1% 감소했다. 1분기까지 성장을 이끌었던 소비가 본격적으로 성장에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정부 소비도 기대할 수 없다. 2분기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 등 사회보장 현물 수혜 위주로 2.1% 줄었다. 내년 예산도 세수펑크 등으로 인해 크게 감소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민간소비, 정부소비는 성장률을 각 0.1%포인트, 0.4%포인트 끌어내렸다.

다만, 정부는 물가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전체적으로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이 반등할 수 있다는 이유가 근거가 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발간한 ‘2023년 10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 속에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반등 조짐,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둔화 흐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경기둔화 흐름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는 점에서 지난달과 비슷한 경기 평가다. 정부는 8월부터 ‘경기 둔화 지속’이라는 표현을 ‘완화’로 변경했다. ‘상저하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취지다. 물가에 대해서도 둔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동시에 이번 달엔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일부 열어뒀다. 중동 정세 불안 등에 따라 유가 상승세가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정보통신(IT) 업황 개선·방한 관광객 증가 기대감과 통화긴축 장기화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러·우크라 전쟁에 중동 정세 불안이 더해지며 원자재가격 변동성 확대 등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핫&딥’은 경제 상황과 경제정책 관련 현안을 더 깊고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경제 상황 진단과 전망은 물론 정책에 담긴 의미와 긍정적·부정적 여파를 풀어서 씁니다. 부작용이 있다면 대안을 제시하고, 또 다양한 의견을 담겠습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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