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지갑 열어라”...맨해튼서 32개 한국 스타트업 ‘피말리는 4분’
13일 오전 9시 20분(현지 시각) 맨해튼 중심부인 브라이언트 파크 인근 뱅크오브아메리카 파빌리온 센터(BofA Pavilion Center). 벤처캐피털 프라이머 사제 파트너스를 운영하는 이기하 대표가 마이크를 쥐고 “자 이제부터 각 팀에 주어진 시간은 4분입니다.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주세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자리에 앉아 있던 32개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주 뉴욕 대한민국 총영사관, 눔(Noom), 프라이머 사제 파트너스(Primer Sazze Partners), 더밀크(The Miilk),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주최한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뉴욕’이 열렸다. 첫 세션으로 전세계 ‘큰 손’들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한 스타트업들과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발견하려는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한 심리전을 벌이는 피칭(Pitching)이 시작됐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4분’, 스타트업들은 그 시간 안에 회사 소개와 함께 투자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마법’을 부려야만 한다.
이날 첫 포문을 연 사람은 ‘모모 프로젝트’의 강윤모 CEO. 이 회사는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는 견주(犬主) 간 정보를 교류하는 커뮤니티를 사업모델로 내세웠다. 전날 이 행사를 위해 LA에서 왔다는 강씨는 “시차도 있고 발표를 앞두고 긴장도 되면서 잠을 잘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피칭을 시작하면서 여러 차례 피칭을 해 본 듯 “마이크 없나요”라고 묻자 주최 측에서 뒤늦게 마이크를 주기도 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저 회사는 이미 다른 곳에서 투자를 받은 상태라 그런지 여유가 보인다”고 말했다.
4분 동안만 발표할 수 있기 때문에 1분이 남으면 휴대전화 벨소리 같은 경고음이 울린다. 이날 피칭에 나선 32개 중 90%는 이 벨소리를 들을 때까지 촌각을 다투며 회사 소개 이어갔다. 유창한 영어로 발표를 하던 한 플랫폼 업체 대표는 갑자기 화면이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아 귀까지 새빨개지기도 했다. 뉴욕에서 한국계 스타트업 최초로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등극을 앞둔 헬스케어 회사 눔(Noom)의 정세주 의장은 이날 객석을 지키다 피칭이 끝난 뒤 “스타트업들의 준비가 많이 돼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놀랐다”면서 “발표를 들으면서 ‘아 이 업체는 이 투자자에게 연결해주면 딱이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기업들을 체크했는데 10곳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훌륭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의미다.
이날 오후엔 한국과 뉴욕 등을 휘어잡는 스타 CEO들이 대거 나왔다. 플랫폼 기업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는 20분간 창업자들에게 성공 스토리를 전했고, 현재 맨해튼 최고 외식업체인 ‘꽃’의 사이먼 김 대표와 ‘아토믹스’의 박정은 대표 등도 ‘떠오르는 K-컬쳐’에 대해서 대담을 나눴다. 이 외에도 BOA의 마이크 주 글로벌 IB 부문 최고운영책임자, AI 기반 법안 분석 전문기업인 피스컬노트 팀황 대표 등도 참석했다. 권영희 총영사관 상무관은 “지금까지 뉴욕에서 소규모의 스타트업 피칭 등은 있었어도 이번처럼 맨해튼 한복판에서 K-스타트업이 대규모로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뉴욕은 스타트업의 메카인 실리콘 밸리 못지 않은 스타트업 허브로 떠오른지 오래됐다. 글로벌 스타트업 정보분석업체인 ‘스타트업 게놈’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는 1위 실리콘밸리, 2위 뉴욕, 3위 런던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 게놈은 “뉴욕은 지난해 37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 기업을 추가해 현재 126개의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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