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흥행 이끈 정소민의 변신 "언니 이런 사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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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잔잔한 호수인 줄만 알았다.
침체기 극장가에서 개싸라끼 흥행을 기록하며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30일'(감독 남대중, 제작 영화사 울림)의 주인공 정소민은 이렇게 자신을 둘러싼 선입견을 깨며 대중을 놀라게 하는 중이다.
영화 '30일'은 협의 이혼 절차를 끝내고 30일 유예기간을 통보받은 정열(강하늘)-나라(정소민) 커플이 교통사고로 동반기억 상실증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요절복통 소동을 그린 코미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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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최재욱 기자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달빛을 반사시키는 윤슬 아래에 뜨거운 용암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무심코 발을 물속에 넣었다가 예상보다 뜨거운 온도에 깜짝 놀라 발을 뺄 수밖에 없게 만드는 화산호라고나 할까.
침체기 극장가에서 개싸라끼 흥행을 기록하며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30일'(감독 남대중, 제작 영화사 울림)의 주인공 정소민은 이렇게 자신을 둘러싼 선입견을 깨며 대중을 놀라게 하는 중이다. 2010년 김남길 주연 드라마 '나쁜 남자'로 데뷔한 지 벌써 14년.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근한 '옆집 언니'의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얼굴에 대중은 기분 좋은 배신감을 만끽하고 있다.
영화 '30일'은 협의 이혼 절차를 끝내고 30일 유예기간을 통보받은 정열(강하늘)-나라(정소민) 커플이 교통사고로 동반기억 상실증에 걸리면서 벌어지는 요절복통 소동을 그린 코미디물. 정소민은 레전드 로맨틱코미디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못지않은 '똘끼'로 똘똘 뭉친 영화사 PD 나라 역을 맡아 물 만난 물고기처럼 펄펄 날아다닌다. 남대중 감독이 '은퇴'를 운운할 정도로 온 몸을 다 바쳐 망가지는 연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내며 관객들을 제대로 웃긴다. 멜로물에 특화된 배우로 생각했던 선입견이 얼마나 편협했던 건지 알게 해주며 스펙트럼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 유연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도 깨닫게 한다.
사실 정소민은 전작 tvN 드라마 '환혼'시즌1에서도 코믹 연기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준 바 있다. 무림의 고수 영혼에 촌스러운 시골 소녀 육체를 지닌 무덕이 역을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히 소화해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상전이지만 무술 제자인 장욱(이재욱), 세자(신승호)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키는 정소민의 사랑스러운 연기는 '물이 제대로 올랐다"는 찬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시즌2에 참여하지 않은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만약 시즌2까지 출연했다면 이제까지 히트작이 부족한 정소민 필모그래피에서 대표작으로 남았을 것이다. '죽 쒀서 남 줬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만큼 정소민이 힘들게 빌드업한 드라마의 영광은 신인 고윤정이 가져가게 만들었다. 라면을 맛있게 끓여 바로 상 앞에서 발을 삐끗해 엎어버린 결과로 남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시즌1에서 정소민의 보여준 발군의 코믹 연기가 선사한 유쾌함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악재도 배우로서 한창 만개 중인 정소민의 흐름은 막을 수 없었나보다. 연휴 극장가에 최약체로 꼽혔던 영화 '30일'의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은 '환혼'의 아쉬움을 이미 사라지게 만들었다. 드디어 '정소민의 시간'이 다가올 조짐이다.
한예종 수석 입학에 빛나는 정소민은 이제까지 스타성이 다소 부족했지 연기력 면에선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아온 실력파 배우다.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이번 생은 처음이라' '아버지가 이상해' 등에서 특유의 섬세한 감정연기로 시청자와 관계자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대박'이라 부를 만한 흥행작을 만날 운이 따르지 않고 단아하고 청순한 고전적인 이미지가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아 보이는 점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10여년의 시간 동안 제작자들이 꾸준히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믿고 맡길 만한 배우'였다. 잠재돼 있던 포텐셜이 이제야 터지며 드디어 확실히 '믿고 보는 배우'에 오를 전망이다.
'30일'을 보다보면 정소민이 얼마나 노련한 배우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코미디 영화답게 영화에 빈 구석들이 많은데 강하늘과 차진 케미를 발산하며 부족한 개연성을 메우고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하며 관객들이 무리없이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다. 단순히 오버하는 망가짐이 아니라 수위 조절을 제대로 해 감정이 들어가야 할 포인트는 제대로 살려내며 이제 본인이 '연기고수' 단계에 들어갔음을 알게 해준다.
정소민은 최근 이음해시태그로 소속사를 이적하며 배우로서 새 출발에 나섰다. 우연찮게 '엽기적인 그녀'로 '레전드'로 떠오른 배우 전지현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 드라마 '환혼' 시즌1과 영화 '30일'로 배우인생에서 새로운 장을 열게 된 정소민이 새 소속사에서 펼칠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제까지는 평온한 숲길을 걸어왔다면 앞으로는 장밋빛 가득한 꽃길을 걸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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