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다음단계다" 이스라엘 예고에…이란 `개입 가능성` 경고

김광태 2023. 10. 1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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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100만명 남쪽으로 피란길 올라
개전 일주일째 양측 사망자 3천500명 넘어
이스라엘의 공습을 당한 팔레스타인 남부 칸유니스 주민들이 13일(현지시간)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에 찍혀 파손된 차량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조만간 가자지구에 지상군 병력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칸유니스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 마을 카프르 킬라에서 한 남성이 팔레스타인과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로 침투한 무장대원 다수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카프르킬라[레바논]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지상전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피란민 100만명 이상이 아비규환에 빠졌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명분으로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확전 우려를 키웠다.

14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기에 앞서 민간인에 대피령을 내리고 안전 경로를 제시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10시)까지 6시간 동안은 안전할 것이라며 피란민이 남쪽으로 떠날 수 있는 안전 경로 2곳을 지정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은 중요한 지상 작전에 중점을 두고 전국에 병력을 배치해서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가자지구 외곽의 군부대를 방문해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가 됐나.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이스라엘군이 통보한 시한이 만료돼 지상전이 곧 개시되는 것이 아니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스라엘이 구체적인 시한까지 제시하면서 대피를 거듭 압박하자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인 약 100만명의 주민이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수십만명이 집을 떠나는 등 지난 한 주 동안 가자 지구에서 약 100만명이 피난민이 됐다고 밝혔다. 북부 주민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는 피란민들로 넘쳐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수일간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습 속에 식량과 물, 전력 차단 등으로 고통을 겪어왔다. 이런 가운데 유엔은 가자지구 전체 주민들이 깨끗한 식수를 구할 수 없어 수인성 질병의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도 이날 "예측할 수 없는 안보 상황"을 이유로 들어 이스라엘이 제시한 시한 만료 직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공관에서 비필수 업무 담당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해 소개령을 내렸다.

지난 7일 하마스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양측 사망자는 14일 현재 3500명을 넘어섰다. 팔레스타인 쪽에서는 최소 2215명(어린이 724명 포함)이 숨지고 부상자는 8714명에 달하며, 이스라엘 쪽에서는 사망자 1300명, 부상자는 3436명으로 유엔이 집계 집계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며 자국의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의 이란 대표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통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며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이란은 유엔을 통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할 경우 이란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두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유엔의 중동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란에는 '레드라인'이 있으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계속되고 특히 지상전을 실행한다면 이란도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스라엘에 보냈다.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란과 "협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보내면서도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고 "모든 국가가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주민의 염원을 대변하지 않는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명백하게 규탄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지지를 확인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에서도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남부에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벌어진 이후 북부 국경 지대에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산발적인 충돌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4일 레바논에서 국경을 넘어 침투하려던 '테러리스트' 여러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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