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해도 어차피 집 못 사”…수백만원 명품가구에 돈 안 아끼는 2030
내집마련 포기후 인테리어 공들여
대형TV·명품가구 큰손으로 떠올라
20~30대로 대표되는 MZ세대 사이에서 ‘집꾸미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제 막 사회생활에 뛰어든 이들을 중심으로 어차피 월급으로는 내 집 마련을 못하니 인테리어라도 고급으로 해서 집을 꾸미겠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한때 MZ세대를 중심으로 골프와 위스키 등 고비용 취미 인증이 유행했는데 이제는 인테리어로 관심사가 옮겨간 모습이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기준 약 30조원으로 파악됐고 오는 2025년 37조원에 이어 2030년에는 44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유행이 수시로 바뀜에 따라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의 인테리어 욕구 역시 다양화되는 만큼 앞으로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날 거라는 평가다.
MZ세대 대다수는 자가가 아닌 월세나 전셋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20~39세 1인 가구 수는 약 238만6572가구로 집계됐다. 자가 보유자(32만9408명)보다 전세 거주자(62만551명)가 약 2배가량 많았다. 월세 거주자는 127만9563명에 달했다.
집꾸미기 업체 ‘오늘의집’은 지난해 누적 앱 다운로드 2500만건을 기록했는데, 가장 많은 이용자 연령대는 25~34세로 추정된다. 대형 가구업체 현대리바트 역시 최근 페이지뷰가 약 25만회 급증했는데, 전체 이용자의 약 40%가 MZ세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월세 계약의 경우 대부분 ‘원상복구 의무’가 명시돼 있는 만큼 나중에 이사를 갈 때 보증금이 깎이는 등의 금전 손실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 만큼 이들은 집에 큰 구멍을 내거나 흠집이 날 수 있는 큰 공사는 기피하고 대신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경향도 보인다.
가파르게 치솟는 집값 때문에 아무리 돈을 모아도 내 집을 살 수 없다는 박탈감이 이같은 인테리어 열풍의 이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은 못 사도 본인이 쓸 수 있는 한도 내 비용으로 집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소비에 해당하는 가구를 사들이면서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현상”이라며 “집 내부라도 가구와 전자제품 등 온전한 내 것으로 꾸며놓고 안정감이나 안락함을 추구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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