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정부 압박에도 하마스에 '테러리스트' 표현 거부한 이유

금준경 기자 2023. 10. 15. 14: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아 논란이 된 가운데 호칭을 통해 판단을 내리는 건 자신들의 역할이 아니라고 밝혔다.

BBC는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에 영국 정부와 영국 군대를 '우리 정부' '우리 군'으로 부르지 않아 마가렛 대처 총리와 대립한 바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존 심슨 BBC 국제뉴스 편집자 "사실을 제시하고 시청자가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영국군', '영국함대'로 보도해 총리와 대립하기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영국 공영방송 BBC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아 논란이 된 가운데 호칭을 통해 판단을 내리는 건 자신들의 역할이 아니라고 밝혔다. BBC는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에 영국 정부와 영국 군대를 '우리 정부' '우리 군'으로 부르지 않아 마가렛 대처 총리와 대립한 바 있다.

BBC는 방송과 온라인 보도 등을 통해 하마스를 향해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지 않자 영국 정부와 정치권의 비판이 잇따랐다. 그랜트 �蔗� 영국 국방장관은 L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BBC가 도덕적 나침반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외무장관 등 정부 관료들과 야당 인사들도 BBC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부르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변호사 4명은 오프콤(영국의 방송통신 규제기구)에 BBC를 비판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논란이 일자 BBC는 '원칙'에 따라 보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 심슨(john simpson) BBC 국제뉴스 편집자는 지난 12일(현지시각)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장관, 신문의 칼럼니스트, 일반적인 사람들 모두 왜 BBC가 끔찍한 잔핵 행위를 저지른 하마스 무장괴한을 테러리스트라고 말하지 않는지 묻고 있다”며 “그 대답은 BBC의 창립 원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 존 심슨 BBC 국제뉴스 편집자가 영상과 글을 통해

존 심슨 편집자는 “사람들에게 누구를 지지해야 하고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알려주는 건 BBC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영국과 다른 국가의 정부들이 하마스를 테러조직이라고 부르며 비난했다는 사실을 계속 지적한다. 우리 또한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는 기고자의 글을 싣고, 게스트와 인터뷰한다”고 했다.

존 심슨 편집자는 “중요한 건 우리가 그것을 우리의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시청자들에게 사실을 제시하고 그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존 심슨 편집자는 “BBC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며 “2차 세계대전 당시 BBC 직원들은 나치를 적이라고 불렀지만, 사악하다고는 부르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우리의 톤은 차분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BBC가 객관성을 위한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것이 바로 영국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우리가 말하는 것을 보고, 읽고, 듣는 이유”라고 했다.

BBC의 객관적 호칭으로 인해 불거진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1982년 4월 포클랜드 전쟁 당시 BBC는 '영국군'과 '영국함대'에 '우리'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영국군', '영국함대'로 보도했다. 정부의 입장엔 '영국 측은'이라고 보도했다.

마가렛 대처 총리는 “BBC는 지나치게 아르헨티나 편을 들고 있다. BBC는 영국인들의 수신료를 재원으로 한다. 적인가 아군인가”라며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에선 BBC가 호칭 문제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와 영국을 같은 비중으로 보도하고, 영국 내 반전 경향을 과장해 보도한다고 비판했다.

당시 BBC는 입장을 내고 객관적 보도입장을 살리고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우리'가 아닌 '영국'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밝혔다.

▲ Palestine Action(팔레스타인 행동)이 엑스(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갈무리

BBC의 객관주의적 보도는 팔레스타인 지지자들로부터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영국 런던의 BBC 본사에서 출발해 총리실이 있는 다우닝가까지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BBC 본사에 붉은 페인트칠을 했다. 시위를 주도한 단체인 '팔레스타인 행동'은 소셜미디어에 페인트칠 사진을 공개하며 “편향된 보도”에 항의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