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절반 탕진하며 ‘덕질’…덕분에 한국의 아름다움 세계에 알렸죠
최근 첫 단독 전시회 개최
장난감회사 세운 아버지께
레고 선물받아 ‘덕질’ 시작
국내 첫 종묘제례악 형상화
“사람 담아 한국의 美 전파”
레고 아티스트 콜린진(본명 소진호)은 레고 블록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재현한다. 국가 무형문화재 1호이자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제례악을 레고로 형상화한 건 그가 처음이다. 지난 11일 첫 단독 전시회 ‘콜린진의 역사적인 레고’를 개최한 소진호씨를 매일경제가 인터뷰했다.
소씨가 태어난 1974년, 그의 아버지는 장난감 회사인 한립토이스를 설립했다. 자석 낚시 놀이 장난감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소씨는 “출장을 다녀오신 아버지의 커다란 여행 가방 안에는 장난감 박스들이 가득했다”며 “어려서부터 친구들은 구경도 못 하는 신기한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장난감 중에서 특히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레고였다. 소씨는 “여덟 살 때 빨간색 블록으로 만든 레고 스포츠카를 처음 봤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과 수집의 기쁨은 레고 외에 그 어떤 장난감도 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고 ‘덕질’(관심 분야에 심취해 파고드는 일)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특히 고가로 알려진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에 심취했다. 그는 “한때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탕진할 정도로 레고 수집에 빠졌었다”고 회상했다. ‘덕질의 끝은 자작’이라는 말이 있다. 소씨도 직접 설계한 자신만의 레고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매번 조립 설명서를 보고 따라 만들다 보니 나중엔 뻔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다”며 “처음엔 아이를 위해 필통이나 램프, 볼펜 같은 문구류를 직접 디자인해 만들어줬다”고 답했다.
레고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만들자고 결심한 것은 지난 2012년, 레고가 탄생한 덴마크의 황태자 부부가 방한했을 때이다. 소씨는 “당시 방한을 기념해 숭례문을 재현한 레고 제품이 출시됐는데 우리나라의 전통과 미학을 제대로 담지 못한 디자인을 보고 실망했다”며 “이마저도 금방 단종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직접 한번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 작품은 무형문화재인 종묘제례악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다른 작품들도 학춤이나 판소리, 승무 등 ‘사람 냄새’가 나는 것들이다. 소씨는 “레고에서 출시한 상품이나 다른 레고 아티스트들이 만든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건축물이나 비행기, 로봇 같은 것들”이라며 “제가 레고를 통해 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건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종묘제례악은 조선왕조의 국왕과 왕후를 기리는 음악과 노래, 무용이 어우러진 종합예술행사”라면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참여하는 예술 행위를 보면 아이들과 외국인도 ‘이 사람들은 왜 이러고 있지?’라는 호기심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레고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특히 직각 블록으로 한국적인 곡선의 미를 표현하기는 더욱 어렵다. 소씨는 “대학에서 전공한 토목공학 지식이 도움이 됐다”며 “교량이나 다리를 만들 때 적용되는 아치형 구조가 한복 옷깃의 곡선을 표현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고 설명했다.
언제든 부수고 다시 만들 수 있는 것도 레고의 매력이다. 그는 “전시회 첫날 관람객이 실수로 작품을 부수는 해프닝이 벌어졌지만, 다행히 레고 작품이라 그 자리에서 바로 조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씨의 다음 목표는 정조의 화성행궁 행차를 레고로 재현하는 것이다. 그는 “공식 수행원만 1700여명이었던 행사라 작품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면서도 “그 안에 담긴 한국의 미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레고로 형상화할 생각에 벌써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레고로 표현한 콜린진 전시회는 매일경제 유튜브에서 감상하실수 있습니다. 아래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으면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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