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고, 주저앉고··· 14일 잠실 잔디에 무슨 일이 있었나
‘잠실 라이벌’ 두산과 LG가 만난 14일, 양 팀 선수들은 서로와 대결하는 동시에 구장 잔디와 싸우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경기 내내 잔디와의 아찔한 싸움이 이어졌다.
1회초부터 사달이 났다. 두산 호세 로하스의 우전 안타에 2루 주자 조수행이 빠르게 3루를 돌아 홈까지 내달리던 중 3루 선상 잔디를 밟고 미끄러졌다. 조수행이 런다운 아웃이 됐고, 타자 주자 로하스까지 2루와 3루 사이에 갇혀 아웃이 됐다.
5회말에는 수비에서 문제가 생겼다. 오지환이 밀어친 타구가 좌익수 방면으로 향했다. 넓게 잔디를 덧댄 자리 위에 서 있던 두산 좌익수 김재환이 타구를 향해 제대로 달려가지 못했다. 지면을 박차고 스타트를 끊어야 하는데 땅이 물러서 그러지를 못했다. 오지환은 2루를 돌아 3루까지 달리다 아웃이 됐다. 결과를 떠나 선수 부상이 우려되는 장면이었다.
7회초에는 LG 쪽에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강승호의 투수 앞 번트를 처리하기 위해 LG 이정용이 뛰쳐나오다 스파이크가 미끄러지면서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행히 공은 놓치지 않았고, 1루까지 송구도 제대로 했지만 역시나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이날 잠실 잔디는 맨눈으로 보기에도 최상의 상태와 거리가 멀었다. 여기저기 옷감을 덧댄 옷처럼 넓게 새로 잔디를 심은 구역이 내·외야 곳곳에 깔려 있었다. 잔디를 덧댄 구역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생겼고, 그때마다 선수들은 발로 잔디를 밟으며 땅을 다져보려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잠실 구장 운영본부 측은 “폭염과 잦은 비로 잔디가 상한 지역이 많아서, 경기가 없었던 지난 11일에 잔디 보식 작업을 했다”며 “12일, 13일에는 경기 진행에 문제가 없었는데 이날 오전까지 비가 내리면서 보식한 잔디 뿌리가 물러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유독 잦았던 비에 구단마다 잔디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큰 부상도 나왔다. 키움 이정후는 지난 7월22일 사직 롯데전에서 외야 부상 중 왼쪽 발목을 다쳤다. 물 먹은 그라운드에 왼발이 박히면서 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이 일부 손상됐다. 시즌이 사실상 마감된 시점에야 복귀할 수 있었던 이정후는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잔디 상태가 괜찮았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상황이었다”면서 “비가 많이 와서 관리가 굉장히 힘드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선수들은 위험에 노출된다고 생각하면 불안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라운드 컨디션은 생각 밖에 있어야 경기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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