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원가 때문에… 인철씨가 '무한리필 고깃집' 연 이유 [視리즈]
고물가 버티기➋ 자영업자 편
치솟은 생산자물가 탓에
원가 부담 갈수록 가중
대출 이자 갚기도 빠듯해
인건비 줄이려 업종 전환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들
무한리필 음식점들이 늘고 있다. 주머니 사정 빠듯한 서민들이 가성비를 찾아 무한리필 음식점을 찾고 있는 데다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영업자들의 고육지책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이런 선택도 고물가 국면에선 버티기가 쉽지 않다.
삼겹살집을 운영하던 김인철(가명)씨는 몇년 전 무한리필 고깃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1인당 1만6500원(성인 기준). 돼지고기부터 수입소고기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지인들은 "그렇게 장사하면 남는 게 있느냐"며 만류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고깃집을 할 때 거래를 텄던 육가공 업체에서 바로 고기를 받아와 원가 부담은 크지 않았다. 김씨가 부담을 확 덜어버린 건 인건비다. 이전엔 주방과 홀에 종업원을 여럿 뒀지만, 이젠 홀서빙을 담당하는 알바 한명만 채용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셀프바에서 손님이 직접 고기를 가져다 먹는 방식이라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김씨가 주방에서 셀프바를 채울 고기를 준비하고, 홀에서 부족한 일손은 그의 어머니가 채우고 있다. 그렇게 고정비용을 줄이며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갈수록 치솟는 물가를 온전히 견뎌내긴 쉽지 않다. 그는 요즘 추가 대출을 고민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무한리필 음식점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한참 인기를 끌다 시들해졌나 싶던 아이템이 고물가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돼지고기부터 돈가스, 해산물까지 메뉴도 다양해졌다. 무한리필 음식점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특별한 게 아니다. 고물가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고정비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그래서일까. 육가공 업체나 어장을 직접 운영하거나 조리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아이템을 선택하며 비용을 절감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고물가 위협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한 설문조사를 보자.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지난 7월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자영업자 2023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40.8%가 "향후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일까. '영업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29.4%)'는 자영업자가 가장 많았고, '자금사정 악화 및 대출상환 부담(16.7%)' '경기회복 전망 불투명(14.2%)' 등의 대답이 뒤를 이었다.
자영업자의 63.4%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답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평균 9.8% 감소, 순익은 9.9 %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영업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는 주요 원인은 뭘까.
응답 결과를 보면, 원자재ㆍ재료비(20.9%), 인건비(20.0%), 전기ㆍ가스 등 공공요금(18. 2%), 임차료(14.2%), 대출상환 원리금(12. 2%) 순으로 나타났다. 생산자물가만 봐도 지난해 8.4%(전년 대비)가 치솟았다. 자영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거다.
곳간이 빈약해지는 자영업자는 결국 금융회사에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 1분기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84조9000억원)보다 50.9% 늘었다. 1인 기준으로 보면, 지난 1분기 말 1인당 3억3000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자영업자(9000억원)보다 3.7배 많은 규모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의 '부채의 질'도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1.0%로, 지난해 2분기 대비 0.53%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율을 끌어올린 건 취약차주借主다. 자영업자 중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10.0%로 지난해 6월 말보다 4.3%포인트 치솟았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34만명에 이른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홀로 자영업자'의 길을 선택한 이들도 많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지난 상반기 438만7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인건비, 임대료, 배달수수료 등 자영업자들을 짓누르는 짐이 갈수록 무거워진 대가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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