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첫 적발···560억 규모에 역대 최고 과징금 부과될 듯

유희곤·박채영 기자 2023. 10. 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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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2022년 7월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 관계기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글로벌 IB가 지속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해온 사례가 적발된 적은 이번이 처음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15일 홍콩에 있는 글로벌 IB 두 곳이 2021년과 2022년에 한 불법 공매도를 적발해 제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 차익을 내는 매매 방식이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행위다.

이번에 적발된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내부 부서끼리 주식을 빌려주고(대여) 빌린(차입) 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고 소유 주식을 중복 계산해 공매도 주문을 냈다.

예컨대 a부서가 보유 주식 100주 중 50주를 b부서에 대여했는데 a부서는 100주를 그대로 잔고로 인식했다. b부서는 차입한 50주를 잔고로 인식해 A사의 주식 잔고는 실제보다 50주 많은 150주로 잡혔다.

금감원은 A사가 이런 관행을 알면서도 부족한 주식을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으로 위법 행위를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잔고가 계속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B사는 2021년 8~12월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

해외 기관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공매도할 때 주로 글로벌 IB와 매도 스와프 거래를 체결한다. 글로벌 IB는 주가 변동에 따른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똑같은 수량만큼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다. B사는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수량 대신 향후 차입이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공매도 주문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사와 B사는 BNP파리바와 HSBC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PBS 업무를 하는 글로벌 IB의 장기적인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처음으로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PBS 업무는 고객(개인·기관투자자·헤지펀드 등)에게 증권의 대여·차입·중개·신용공여·장외파생계약체결 등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투자업무를 말한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공시조사)는 “기존에 적발한 불법 공매도 대부분은 헤지펀드 등 최종 고객의 주문 실수나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면서 “국내 증권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글로벌 IB가 국내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고(알고) 있는데도 불법 공매도를 고의로 계속했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A사와 B사의 공매도가 대상 종목의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고, 두 회사도 수익을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승우 금감원 조사2국장은 “IB는 중개 역할만 해서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은 최종 투자자에게 귀속한다”며 “수수료 수입을 위해 불법적인 프로세스를 방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A사와 B사 제재 수위는 금감원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심의·의결 후 확정된다.

금감원은 두 회사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제도는 올 3월 도입돼, 현재까지 최대 규모는 오스트리아 ESK자산운용에 부과된 38억7000만원이다.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다른 글로벌 IB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글로벌 IB의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 검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공매도조사팀(옛 공매도조사전담반)은 2022년 6월 출범해 51개사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을 조사했다. 지금까지 과징금 93억7000만원·과태료 21억5000만원 등 총 115억2000만원을 부과했다. 올해 적발한 위반자는 외국인 21명 포함 30명이고 부과한 과징금·과태료는 104억9000만원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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