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력 못이겨 살해한 아내… 1심 이어 항소심서도 집행유예

차상엽 기자 2023. 10. 1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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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지속적인 폭력으로 결국 남편을 살해한 아내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A씨는 결국 아들 2명, 딸 1명과 함께 시어머니 집에 들어가 살게 됐다.

하지만 B씨의 폭력은 여전히 이어졌고 이에 A씨는 남편을 제지할 수단으로 경남 지역 한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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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지속적인 폭력 때문에 남편을 살해한 아내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으로 결국 남편을 살해한 아내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15일 뉴스1에 따르면 부산고법 울산제1형사부 손철우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된 여성 A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기소를 기각하고 원심인 집행유예를 유지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A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A씨는 지난해 흉기로 남편의 손목을 다치게 한 후 베개를 이용해 남편을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 남편 B씨는 지난 2017년쯤 건축 관련 사업에 실패했고 이후로는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날들을 술을 마시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A씨는 결국 아들 2명, 딸 1명과 함께 시어머니 집에 들어가 살게 됐다. 하지만 B씨의 폭력은 여전히 이어졌고 이에 A씨는 남편을 제지할 수단으로 경남 지역 한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기에 이르렀다. A씨는 먼저 수면제 7알을 처방받았고 이후 같은 해 7월 14알을 추가로 처방받아 가루로 만들어 서랍에 보관했다.

사건이 발생한 7월 중순 이른 오전, B씨는 A씨를 깨워 부부관계를 요구했고 A씨가 응하지 않자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오라며 위협했다. 결국 실랑이 끝에 B씨는 A씨가 놓아둔 수면제가 든 커피를 마신 후 잠들었고 A씨는 범행을 했다.

재판부는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보호해야 할 가치지만, 지속해서 가정폭력을 당해온 점, B씨가 없어져야만 자신과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는 극단적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 점 등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를 다시 구금하면 자녀들이 부모의 부재 속에서 성장해야 하고, B씨 유족도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의 의견이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을 갖진 않지만 제도 취지를 감안하면 배심원의 의견은 최대한 존중되야 한다"고 양형 배경을 밝혔다.

앞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는 배심원 7명이 A씨 범행에 모두 유죄를 평결했고 집행유예 선고형에도 만장일치 의견을 냈다.

차상엽 기자 torwar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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