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號' 세종시가 위태롭다...'할일은 많고, 재정은 악화'

곽우석 기자 2023. 10. 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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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은 텅텅, 공약은 좌초 위기…곳곳서 들리는 이상 '경고음'
공공시설물 관리비 및 행복도시 건설비용 부담 '이중고' 처해
주요공약 '연기·무산' 위기, 충청권 하계U대회 '궤도 이탈' 우려
세종시청 전경, 사진=세종시 제공

역대급 세수 결손으로 인한 재정 위기로 세종시 살림살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민선4기 초기부터 야심차게 밀어붙인 역점 공약들이 방향 설정 미비와 국비 확보 차질로 궤도 수정까지 거론되고 있다. 재정 악화가 갈수록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시정 주요 현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15일 세종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서 시의 추가경정(추경)예산안 편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감액 추경을 검토했던 시는 행정안전부 권고에 따라 '통합재정안정화기금(기금)'을 활용해 위기 타개에 나설 계획인데, 이를 바라보는 시의회의 기류는 냉담하기만 하다.

이순열 의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시의 재정상황은) 기금 활용안은 물론 지방채 발행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라며 "시에서 제출한 사업 시기와 타당성, 적절성 등을 면밀히 따져보겠다"고 했다.

시는 출범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 시의회에 따르면 실질적 채무는 지난 9월 말 기준 법정채무 3718억원에다 반환해야 할 통합재정안정화기금 3187억원을 더해 모두 690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기금 잔액마저 41억원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내년 이후가 더 큰 문제다.

정부로부터 이관 받는 공공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비용도 부담이다. 행복도시 인수시설에 드는 유지관리 예상비용은 2025년 1973억원, 2030년쯤 2527억여원이 소요될 것이란 게 시의 분석이다.

여기에 신도시(행복도시) 건립 공공건축물에 대해 정부가 '지방비 50% 분담'을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재정 악화 우려를 키운다. 지방비 부담액이 2030년까지 최소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나,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최민호 세종시장

최민호 시장이 민선4기 출범 초기부터 추진한 역점 공약은 궤도수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5년 예정된 '국제정원도시박람회'는 사업 연기 우려가 높다. 올 여름 파행을 겪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사태 이후 정부의 국비 지원과 국제행사 승인 조건이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총사업비 450억원 중 90억원에 달하는 국비확보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산림청의 국제행사개최위원회 타당성 검토, 기획재정부의 정책성 등급 평가를 넘어야 하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산림청 규정상 2025년에야 국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민호 시장은 지난 4일 "개최 시기를 조정하거나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처음으로 개최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중교통무료화 역시 '시기상조'란 지적이 중론이다. 시가 지난 5일 개최한 '세종시 대중교통 활성화 관련 전문가 토론회'에선 실효성 문제를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시민들이 돈이 없어 무료를 원하는 게 아니다" "현재 세종시 재정여건상 시기적으로 무리다" "내부 교통수단의 58%가 도보 및 자전거, 31%가 승용차란 점에서 내부 무료화에 실효성이 없다" 등의 의견이 많았다.

투입 예산도 만만치 않다. 2025년 시행 초기 179억원에서 2030년 도시 완성기엔 29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시는 예측하고 있다. 2030년을 목표로 건설 중인 현 상황에서, 대중교통체계가 채 정착되기도 전 무료화 시행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적잖다.

세종 종합체육시설 조감도. 사진=세종시 제공

충청권 4개 시도가 추진하는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는 개최 차질마저 제기되고 있다. 폐회식 장소인 '대평동 종합체육시설' 건립계획에 비상이 걸리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던 '제2잼버리 사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이 시설은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재조사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으로, 2027년 대회 전 준공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안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홍성국 국회의원(세종갑)은 지난 11일 "세종시와 행복청의 협의 하에 빠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재정난과 함께 주요 공약사업마저 좌초될 위기에 놓이면서 시정 주요 현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잇따른다. 세종시는 올해 말 만료되는 보통교부세 지급기한의 2030년 연장을 담은 세종시법 개정 등을 통한 재원 확보 방안을 구상하고 있으나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재정난을 겪는 전국 자치단체가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만큼 세종도 주요 사업을 조정하는 등 다각적인 재원 확보 방안에 나서야 한다"며 "주요 시정을 원점에서 살필 필요성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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