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이스라엘 인질 목숨…“지상군 가자지구 투입 반대” 인질 가족의 호소
이스라엘 강경파, 인질은 ‘부수적 피해’ 주장
전문가 “인질 구출 작전 성공 확률 0%” 우려
일부 인질 가족은 지상군 투입 반대 목소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절멸을 목표로 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약 150명으로 추정되는 다국적 인질들의 목숨이 풍전등화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지상 작전이 시작될 경우 인질 구출에 성공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말한다. 일부 인질 가족은 지상군 투입 계획을 철회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소속 알카삼 여단은 14일(현지시간)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질 9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세한 설명 없이 이스라엘인 5명, 외국인 4명이 숨졌다고만 밝혔다. 하마스 발표를 종합하면 지난 7일 양측의 충돌 이후 지금까지 사망한 인질은 총 22명이다.
하마스는 이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주택을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이스라엘 민간인 1명을 죽이겠다”며 인질들을 사실상 ‘인간 방패’로 활용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인질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 등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인질들의 목숨이 희생되는 ‘부수적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지상군을 투입해 이번에야 말로 하마스를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연구정보센터의 공동창립자이자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서 여러차례 중재 협상에 참여해 온 거손 배스킨은 이스라엘이 그동안 ‘한명도 남겨두지 않는다’는 아군 포로 원칙을 강조해왔던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포린폴리시에 말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2006년 하마스에 끌려가 가자지구에 5년간 억류된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를 구출하기 위해 샬리트 한명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 1027명을 교환하는 협상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이미 하마스에 1000여명의 목숨값을 지불한 상황에서 작전을 위해 인질 중 일부가 희생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여론이 이스라엘 대중들 사이에서도 팽배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시작할 경우 인질들이 살아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인질 협상 전문가인 보아즈 가노르 이스라엘 라이히만대 교수는 지난 12일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하마스에는 한두 명이 아니라 100~200명 사이의 인질이 잡혀있다”면서 “이는 40년 동안 대테러 전문가로 활동해온 나에게도 놀라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이들은 한 곳에 억류된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여러 비밀 장소에 퍼져 있다”면서 “인질이 어딨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구조작전을 미리 짤 수도 없다. 이는 지상군이 투입돼 가자지구 곳곳에서 동시 구출 작전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성공할 확률이 0%에 가깝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인질 가족은 이스라엘 당국에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유보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인 니르오즈에서 하마스에 납치된 84세 디차 하이만의 딸 네타 하이만은 12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어머니의 이름으로 간청한다. 가자지구를 파괴하지 말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글에서 “나의 어머니를 납치하고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한 비열한 사람들(하마스)에게 분노한다”면서 “동시에 나는 가자지구의 상황을 악화시키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최선을 다해온 이스라엘 정부에도 분노한다. 납치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 대표가 대부분의 인질 가족을 여전히 방문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도 분노한다”고 썼다.
그는 이어 “가자지구를 파괴하지 말아달라. 그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음 번에 더 사나운 폭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의 어머니와 학살당한 니즈오르의 많은 친구는 국경 울타리 반대편에도 권리를 지닌 인간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며 “진정한 평화 협정을 끌어내야 한다. 역사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증명해왔다. 평화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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