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미술관은 어떤 공간인가요?…수원시립미술관 ‘마당: 마중합니다 당신을’ [전시리뷰]
멀게만 느껴지는 미술관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시도 중 하나인 수원시립미술관의 2023 동시대미술 특별전 ‘마당: 마중합니다 당신을’이 지난 9월19일 개막해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김동희, 김지영(109), 무진형제, 문서진, 안성석, 양지원, 이혜령, 전유진, 조영주, 천경우 등 총 10명(팀)의 작가들이 사운드, 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VR 등 다양한 매체를 경유한 작품 29점을 전시실, 카페테리아, 공용공간, 크고 작은 유리창 등 미술관 곳곳에서 선보인다. 단순히 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상호작용이 이어질 수 있도록 참여형 프로그램, 프로젝트, 워크숍도 마련됐다.
전시장 곳곳을 거니는 관람객들은 딱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바로 ‘사람이 공간을 대하는 방식’이다. 학예사들과 작가들이 과연 어떤 마음으로 공간을 대했을지 가늠해볼 때, 비로소 미술관 구석구석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다.
‘인트로: 마당’ 섹션에서 김동희 작가는 미술관의 공간 요소를 작품으로 승화해냈다. 전시실의 계단을 연장하거나 기둥을 토대로 구조물을 덧입히는 방식이다. 양지원 작가도 하늘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 요소로 전시실 한편의 광활한 외벽을 가득 메웠다.
거대한 벽에서 눈을 뗀 뒤 고개를 돌리면 안성석 작가의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이 보인다. 두 명의 사람이 하트 모양이 그려진 원형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어 VR 장비를 착용한 관람객은 재생되는 영상, 가상의 극장 공간뿐 아니라 앞에 앉은 사람의 형체도 조금 다른 형태로 인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공간과 관계 맺는 방식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피어난다.
옆에 있는 붉은 조명으로 둘러싸인 새하얀 매트리스 지대에선 퍼포먼스 공연이 한창이다. 서로의 몸을 맞대고 무언의 소통 속에서 온기와 진심이 오고 간다. 재밌게도 퍼포머들 모두가 전문 예술가가 아니라, 그 중 절반은 신청을 통해 선발된 관람객들이다. 이곳은 조영주 작가가 꾸려 놓은 교감의 무대 ‘휴먼가르텐’이다. 조 작가는 “해당 작품을 여러 군데에서 전시한 만큼 매번 공간 특성에 맞게 다르게 연출했다. 이곳은 통로, 문, 기둥 등 구조물이 다양하게 배치된 만큼, 공간의 성격 자체를 다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우리 사회 안에서 돌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보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문서진 작가의 작품들은 소중한 사람에 관한 기억을 종이 매체의 촉각성을 활용해 표현했다. 김지영(109)의 ‘싱잉노즈’는 관람객의 콧노래가 녹음된 뒤 전시실의 스피커로 재생되는 감각의 교환과 확장을 유도해낸다.
전시를 기획한 조은 큐레이터는 “단순히 내부의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거점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며 “이곳을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각자에게 이 공간이 어떤 의미였을지 가늠해보는 과정을 통해 미술관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내년 1월28일까지 이어진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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