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플랜' 정종연 PD "궤도 공리주의, 서바이벌 하면서 처음" [인터뷰]①

최희재 2023. 10. 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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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연 PD(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제가 서바이벌을 연출한 수년간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이슈여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면도 많았죠.”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의 정종연 PD가 출연자 궤도의 공리주의 이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의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하석진, 조연우, 이혜성, 이시원, 승관, 서유민, 서동주, 박경림, 김동재, 기욤, 궤도, 곽준빈이 플레이어로 이름을 올렸다. 김태호 PD가 설립한 제작사 테오(TEO)와 넷플릭스가 손잡고 제작했다.

‘데블스 플랜’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정종연 PD는 앞서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을 연출한 서바이벌 전문 PD다. 정종연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데블스 플랜’은 예상치 못한 ‘공리주의’ 이슈와 방향성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필수불가결한 빌런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순한 맛’을 염두했냐는 물음에 정 PD는 “전혀 아니다”라며 “(섭외) 밸런스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프로그램 하는 데에 있어서 반면교사가 되는 부분도 있고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방어적인 플레이어가 몇 명 있다면 공격적인 플레이어가 몇 명 있어야 하고, 4분면으로 나눴을 때 점이 골고루 퍼져야 하는데 한 쪽에 몰린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종연 PD(사진=넷플릭스)
궤도의 공리주의 플레이에 하석진은 “이게 데블스 플랜이야? 빌붙어 플랜이지”라며 일침을 전하기도 했다. 정 PD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공리주의가 이 프로그램의 키워드, 이슈처럼 나오고 있지 않나.(웃음) 제가 서바이벌을 연출한 수년간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이슈여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면도 있었다. 생각보다 궤도 씨를 응원하는 분들도 많다. 게임 능력 자체는 워낙 훌륭하고 우승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플레이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략이 아니라 철학적인 부분에 가깝기 때문에 게임의 방향성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어쨌든 새로운 경험이었다. 시청자들한테도 새로운 서사였고 게임을 치열하게 하길 바라는 플레이어한테는 빌런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일반 세상에서 이만한 천사가 어딨나’ 이런 느낌이었다. 어쨌든 그는 좋은 플레이어였다. 저는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 PD는 궤도에 대해 “되게 경쟁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경쟁 프로그램에 들어왔을 때의 변화도 기대를 했었다. 그리고 경쟁적이지 않은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궤도 씨가 게임도 잘하고 청중을 주도하는 능력이 있다. 정치력도 있는 거다. 궤도 씨가 공리주의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건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규칙, 그런 구조를 잘 이용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 배우 하석진과 방송인 박경림, 바둑기사 조연우, 방송인 기욤패트리, 유튜버 곽준빈, 과학크리에이터 궤도, 미국 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 아나운서 이혜성, 배우 이시원, 대학생 김동재(왼쪽부터)가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앰버서더 풀만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데블스 플랜’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구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데스매치가 균형 있게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대를 지목하는 방식, 생명의 징표가 주어지는 방식 이 모든 것이 패키지다. 그래야 데스매치가 게임에서 제 역할을 하고, 저는 그게 ‘더 지니어스’의 핵심 IP라고 생각했다. 제가 만든 거지만 제가 침범하지 않아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부족했던 부분의 핵심일 수도 있다. 어쨌든 저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 명은 떨어지게 했어야 하는 것도 맞는 것 같다”면서 “저는 오히려 여러 명이 탈락할 수 있는 여지를 열었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아무도 탈락하지 않을 수 있는 두 가지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정 PD는 “자율성을 넓히고 싶은 크리에이터로서의 욕망이 확실히 있다. 의외성이 넓어지는 거니까. 리얼리티의 생명은 의외성이지 않나.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정 PD는 ‘데블스 플랜’에 대해 전작들의 아쉬움을 보완한 작품이라고 전한 바 있다. 만족도를 묻자 그는 “중간 정도인 것 같다. 만족스러웠던 부분도 있고 수정해야 할 부분도 생겼다. 외연 확장 부분에서는 확실히 좋았던 것 같다. ‘처음 본다’는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됐다. 예전에는 장르 자체가 장벽이었는데 (이번에는) 플랫폼을 잘 만난 것도 있고, 시청자한테 익숙한 출연자들이 새로운 유입을 많이 가져와서 앞으로 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최희재 (jupi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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