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충돌에 불안해진 우크라이나…미국·유럽 지원 축소?

2023. 10. 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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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전쟁 시작되기 전부터 우크라이나 지원 '정점'에 다다랐다는 신호 감지"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군사적 충돌 이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각)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국방장관들을 직접 찾아갔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관심과 무기들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것이라고 우려하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과 나토는 젤렌스키를 안심시키기 위해 20억 달러의 즉각적인 군사 원조를 약속했다"면서도 "하지만 중동에서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강력한 감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폴란드의 경우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산 곡물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유럽 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3월 말에는 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5개국이 우즈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 공동으로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 산 농산물 관세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지난 9월 20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폴란드 폴자츠 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더 현대적인 무기로 폴란드를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 가능성도 언급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만 해도 군사적 지원과 난민 수용, 농산물 수입 등 여러 측면에서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폴란드가 1년 반 만에 태도를 바꾼 데에는 국내 정치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폴란드에는 15일 총선이 예정돼 있는데,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은 농촌 지역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산 농산물 수입으로 인해 자국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피해가 가게 해서는 안되는 정치적 수요가 있다.

신문은 폴란드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싸고 국내 정치적 갈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슬로바키아의 경우 지난 9월 30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친 러시아 성향을 보이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공언한 로버트 피코 전 총리가 승리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러한 분위기가 미국 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전의 초당적 지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인들은 서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싸움을 계속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에 맞서 어려운 재선 운동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평화에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내년 여름까지 러시아와 휴전 협상에 들어가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 겸 외무장관은 "내년 여름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미국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 중에 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위해 초청된다면 공화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실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일 경우 유럽이 이를 보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유럽은 미국을 대체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지원은 우크라이나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유럽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소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13일 키이우 상공을 방어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패트리엇 미사일을 추가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며 "동시에 유럽은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100만 개의 포탄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처음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NATO) 본부를 방문해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언론 브리핑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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