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중앙선데이, "선거 지고도 조용한 여당" "누구도 자신의 책임 거론 안 해"
조선·중앙 사설 통해 "대통령이 변해야" "독선적 국정운영"
박민 KBS사장 임명제청에 진보신문 '언론장악' 지적, 보수신문은 공방으로 다뤄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가 큰 격차로 패배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쇄신에 소홀하다는 언론의 진단이 나왔다. 보수성향 신문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박민 전 논설위원이 KBS 사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선임 절차와 인사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선·중앙 사설 통해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 제기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는 56.52%를 얻은 반면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 득표는 39.37%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의 텃밭에서 진 선거를 두고 위기론을 말하는 건 침소봉대”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3일 당 쇄신안을 내놓겠다고 했다가 돌연 발표를 미뤘고, 쇄신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던 긴급 최고위원회도 취소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성향 신문도 국민의힘이 큰 격차로 패배한 원인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찾았고, 여당이 쇄신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불통 소리를 듣는 국정 운영 스타일부터 바꿔야 한다. 인사 문제가 시작이 될 수 있다”며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공직에 앉히려 한 적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선거의 교훈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의힘도, 민심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앙선데이는 <중도·청년·중산층 모두 여권에 등 돌렸다> 사설에서 “이런 지지 상실은 윤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운영 스타일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윤 대통령은 실생활에 영향이 큰 정책인데도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일단 내놓고 혼란이 생기면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고 했다.
보수성향 신문사들은 여당이 쇄신을 하지 못하는 점에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선거 지고도 조용한 여당> 기사를 냈다. 부제목은 “지도부는 쇄신대책 안 내놓고 의원들은 공천 눈치보며 침묵”이다. 중앙선데이는 1면에 <위기 불감증의 여당 민심보다 권력 눈치> 기사를 통해 “보수진영 안팎에서 쇄신론이 분출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누구도 자신의 책임론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쇄신안을 미루고 지도부 총사퇴를 하지 않는 여당에 관해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이 와중에 고질적인 당 내분이 재연됐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민심 이반이 확인됐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쇄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 국민의힘 역시 대통령실에 의견 개진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박민 KBS사장 임명제청에 한겨레·경향 '강행' '언론장악'
경향신문은 1면 톱기사·3면 기사·사설을 통해 박민 후보자 선임에 비판적 기사를 냈다. 경향신문은 1면 <새 사장에 낙하산 논란 박민 KBS 이사회, 임명 제청 강행> 기사에서 이번 인사를 '강행'으로 표현했다. 경향신문은 3면 <야권 이사 해임 석달 만에 친윤 사장...방송장악 속도전> 기사를 내고 “공영방송 KBS 장악은 3개월 만에 KBS 사장 교체로 일단 마무리됐다”며 '방송장악'으로 규정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1일 공석 중인 여권 보궐 이사를 추천해 대통령이 재가한 뒤 이틀 만에 사장 임명 제청 절차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이번 사장 임명 제청을 연결짓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공영방송 독립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중요한 척도”라며 “강서구청장 보선의 교훈은 독주·불통하는 국정을 끝내라는 것이다. 그 변화 의지가 있다면, 윤 대통령은 KBS에 낙하산 사장을 임명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8면 <정권 낙하산 논란에도... KBS 사장후보에 박민 강행> 기사를 통해 이번 인사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그가 한국방송 사장으로 취임하면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공영방송 장악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부터 집요하게 방송장악에 골몰했다”며 “총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을 정권 나팔수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반면 보수성향 신문사들은 임명 소식을 간단하게 전하거나 이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제기를 공방 형식으로 다뤘다. <KBS사장 후보에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동아일보), <KBS 사장 후보에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조선일보), <KBS 사장에 박민 임명 제청>(중앙일보 ) 등이다. 조선일보는 “과거 정권이 바뀐 뒤 KBS 사장이 교체될 때에 비하면 이번에는 조용한 편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기대감을 갖는 KBS 관계자의 멘트를 담았다.
지역차별 조장 서울 강남구 영상에 경향 “싸구려 홍보”
서울 강남구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홍보 영상에 지역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듯한 내용이 논란이 됐다. 강남구 유튜브 채널은 지난 12일 강남구 주요 관광명소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로 구현한 '강남빌리지'를 홍보하는 영상을 올렸다. 등장인물 간 대화하는 과정에서 “건물들이 반짝반짝하고 사람들도 많잖아. 킁킁 뭔가 비싼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촌스럽게 건물들 좀 그만 쳐다봐. 완전 시골에서 온 사람들 같아 보이거든?” “이렇게 높은 건물들은 처음 봤단 말이야” 등 내용이 담겼다.
경향신문은 이 문제를 1면 <“비싼 냄새가…” 강남구의 싸구려 홍보> 기사를 통해 다루며 “강남구가 게재한 영상을 두고 이른바 '강남부심'(강남+자부심)을 표방하는 과시문화의 단면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기사에서 <한국의 능력주의> 저자인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외주업체가 이런 영상을 만들 수는 있어도 공공기관에서 게이트키핑이 전혀 안 될 정도로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무뎌졌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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