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불법 공매도 최초 적발…"1000만 동학개미 불신 초래"[문답]

15일 금감원, 글로벌 IB 무차입 공매도 조사 결과 발표

A사(BNP파리바)의 불법 공매도 흐름도. [자료=금융감독원]

B사(HSBC)의 불법 공매도 흐름도.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15일 글로벌 IB(투자은행) 2곳이 관행적으로 벌여온 불법 공매도 행위를 최초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아직 이름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BNP파리바 홍콩법인과 홍콩HSBC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공매도 수택을 맡은 국내 소재 증권사들로도 검사를 확대키로 했다.

불법 공매도 규모는 합산 560억원 수준이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다른 IB(투자은행)들에도 조사를 확대해 우리 시장에서 불법 공매도 행태를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 등과의 일문일답.

- 이번 불법 공매도 적발의 의미는.

"그동안 적발한 불법 공매도는 헤지펀드 등이 주문할 때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단순한 실수, 착오가 대부분이어서 과징금이 과태료가 크지 않았다.헤지펀드 같은 엔드 클라이언트(고객)가 아니라 종합금융서비스 업무를 하는 글로벌 IB가 장기간, 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이 같은 관행을 이어온 것은 이번에 처음 적발된 것이다.

-고의인가.

"그간 1000만명에 이르는 동학 개미들은 우리 자본시장에 불신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요소는 외국인 투자자의 불법 공매도다. 이번에 적발된 2개사는 고의적으로, 장기간 불법 공매도를 해왔다. 글로벌 IB도 우리나라의 공매도 제도에 대해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고의로 이러한 관행을 이어왔다고 본다."

- 해당 회사가 어디인가. 대상 종목은.

"아직 절차가 남아있어 지금 단계에서 회사 이름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개사 중 A사(BNP파리바)의 경우 카카오 불법 공매도 규모가 가장 컸고, B(HSBC)사는 호텔신라 규모가 가장 컸다."

-예상 과징금은.

"현재까지 불법 공매도 과징금 규모가 가장 컸던 게 38억원이다. 이번 과징금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단계에서 감면되는 경우도 있어 (과징금 규모를) 단정해 말하긴 어렵다."

- 적발된 불법 공매도로 인해 당시 주식시장 영향은 없었나.

"개별 종목의 공매도 비중 자체는 크지 않다. 때문에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실제 이들의 공매도 이후 하락한 종목도 있고 상승한 종목도 있다. 이들이 공매도하고 다시 청산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보기도 했다. "

- 악재성 정보를 활용한 공매도는 아닌가.

"악재성 정보를 이용한 차원은 아니다. IB는 기관 투자자의 주문을 그대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공매도 주문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기간에 방치된 불법 공매도 관행으로 보면 된다.

- 해당 글로벌 IB의 입장은.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B사는 금감원 적발 이후 차입이 확정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스왑계약을 체결하고 이 수량만큼만 공매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

- 외국 IB는 내부통제가 엄격한데. 이들이 장기간 불법 공매도를 한 이유는.

"적발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공법 공매도는 적발이 상당히 어렵다. IB는 중개 역할만 하고, 주식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은 최종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수수료 수익을 늘리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차원이다."

- 다른 회사에 대해서도 조사가 확대되나.

"한두 개 회사만의 사안이 아닌 것 같아서 다른 IB들에도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홍콩 SFC와 공조를 하고자 한다. "

-국내 수탁증권사에 대한 조치는.

"이들에 대한 검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국내 증권사는 계열회사 관계, 수수료 수입 등 이해관계로 위탁자의 위법행위를 묵인할 가능성이 있다. 공매도 주문 수탁 프로세스, 불법 공매도 주문 인지 가능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