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술은 '+1' 행사를 못 할까

김지우 2023. 10. 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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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주류 증정은 불법
미니어처 양주 제공은 '할인판매'
무료시음, 허가 받아야 진행 가능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2+1' '1+1'. 상품 하나를 사면 다른 제품을 얹어주는 덤 증정행사, 많이 이용하실텐데요. 즉석밥부터 라면, 스낵, 우유 등 다양한 상품들이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덤 증정행사 대상이죠. 하지만 이 '덤 행사'에서 언제나 열외인 상품이 있습니다. 바로 술입니다.

아,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덤 맥주'를 보신 것 같다구요? 양주를 사면 작은 미니어처 양주를 덤으로 주는 것도 있다구요. 맞습니다. 주류업계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또 '+1'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서 하나씩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술은 증정 안 된다고?

주류면허법에는 주류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조항들이 있습니다. 주류나 주류 교환권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죠. 그래서 주류 거래에서 장려금, 수수료, 에누리, 할인, 외상매출금 경감 등 그 어떤 명목이든 주류를 증정하는 행위는 위법입니다. 주류에 +1 행사가 없는 이유입니다.

여러 개를 사면 대폭 할인이 되는 '편의점 맥주'는 어떨까요. 이것도 가격만 보면 3+1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심지어 현행법에는 주류를 실제 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 안 된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그럼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어떻게 묶음할인판매를 하고 있는 걸까요? 

이건 주류 할인·증정 금지 규정의 목적을 살펴야 합니다. 이 규정은 주류업체와 도매상 간의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할인인 것처럼 꾸미고 무상으로 도매상에 상품을 제공하지 말라는 거죠. 합리적인 기준에 근거한 할인이라면 제한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한 편의점 매장에 있는 주류 할인매대/사진=김지우 기자 zuzu@

지난 2월 국세청은 주류면허법 시행령에 따라 주류 거래와 관련한 모든 할인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전면할인금지가 시장경제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반하는 할인만 아니면 할인의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맥주 같이 유통기한이 있는 제품들은 할인판매를 하는 게 고객편의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할인을 권장한다"고 전했습니다.

미니어처 주류를 증정품처럼 제공하는 것도 사실 '증정'이 아니라 낱개로 판매하는 제품을 본품과 묶어서 ‘할인판매’하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가격에 미니어처 가격이 포함된 셈입니다. 일종의 '꼼수'죠.

캔이 찌그러지거나 라벨이 뜯어지는 등 품질이 떨어진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도 제값을 받기 어렵겠죠. 이런 상황을 위해 주류 거래질서 확립 명령상에는 '다만, 품질저하, 라벨 및 병마개 손상 등으로 부득이 정상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무료 시음도 안된다고?

주류를 판매할 때 안주를 덤으로 얹어주는 경우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잘 보면 대부분 간단한 주전부리죠. 비싼 치즈나 HMR 안주를 얹어 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주류를 판매할 때 본품 가격의 10%가 넘지 않는 상품만 경품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류를 사면 전용잔을 증정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규정에 따라 증정받으신 잔의 가격은 구매하신 주류 가격의 10% 이하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편의점 내 할인 중인 와인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사진=김지우 기자 zuzu@

그럼 주류 시음은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걸까요? 현행법에서는 시음주나 주류 교환권을 관할 세무서장의 사전승인 없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무료 시음행사를 진행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대형마트에서 흔히 보는 맥주·와인 시음 행사 역시 행사 기간 전에 각 행사 별로 허가를 받은 후 진행된다고 합니다.

아예 유료로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성공한 케이스도 있는데요. 롯데마트는 4000종 이상의 와인을 취급하는 보틀벙커에 돈을 내고 한잔을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탭'을 만들어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처럼 술로 경쟁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있다는 걸 아셨나요? 어쩌면 소비자들은 이런 법들이 있어 그나마 술을 덜 마시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덤 증정행사 잘 활용하시길 바라고요. 잊지 마십시오. 과음은 몸에 해롭습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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