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적이 맞아? 夏 '더문' 50만·秋 '거미집' 30만 충격

조연경 기자 2023. 10. 1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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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아닌 최악의 우열을 가리게 된 현실이다. '이 성적이 맞아?' '이게 무슨 일이야'라는 소리를 절로 터지게 만든 여름과 가을 스크린이다.

웬만해서는 관객을 사로잡기 힘든 극장 시장이 됐다. 초반 관심도가 떨어지면 입소문으로 기사회생 하는 건 이제 하늘의 별따기, 로또 당첨보다 어려운 일로 보인다. 올해 몇 없는 국내외 흥행작 중에서는 700만 기적의 신드롬을 쓴 '엘리멘탈'이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유일무이 성과를 남겼다.

이에 따라 무조건 경쟁을 치러야 하고, 한 작품 살아 남기도 힘든 '동시 개봉'은 차라리 안하니만 못한 선택이 됐다. 한국 영화는 여름도 실패, 가을도 실패다. 그 실패의 가장 쓴 맛을 '더 문(김용화 감독)'과 '거미집(김지운 감독)'이 고스란히 끌어 안았다. 두 작품 모두 두 눈을 의심케 할 정도의 성적표를 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지난 8월 2일 개봉한 '더 문'은 누적관객수 51만5683명으로 마무리 지었다. 제작비 약 286억, 안정권에 드는 손익분기점은 600만 명 가량으로 0이 하나 더 붙었어도 흥행 실패일 판이었다. 9월 27일 개봉한 '거미집'은 14일까지 30만6693명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은 약 200만 명으로 낮은 축에 속했지만 관객들의 관심은 더 낮았다.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과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의 사투를 그린 영화.'거미집'은 1970년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관객 수를 합쳐도 100만 명이 채 안 된다. '더 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거미집'이 쐐기를 박았다. 두 작품 모두 영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나름의 제작 이유와 의미를 담고 있고, 실관람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기에 더 씁쓸한 결과다. '더 문'은 할리우드 뺨치는 우주와 달을 구현해 내면서 한국형 SF 영화의 완벽한 출발점을 알렸고, '거미집'은 영화인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대중성을 예상보다 더 많이 잡지 못했다는 것. 흥행은 남의 집 떡이 됐다.

김용화 김지운이라는 충무로 대표 스타 감독들과, 설경구 송강호라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 선수들이 붙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두 영화는 작품 사이즈를 우선에 두고 성수기 시즌 개봉을 결정했지만, 계절감은 물론 '각 시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장르'라는 평을 받으며 사실상 '배급 실패' 딱지가 붙었다. '왜 여름에 개봉했는지 모르겠다' '추석 영화가 아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단독 개봉을 추진하지 못하면서 결국 경쟁작에 밀린 모양새가 됐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더 이상의 최악은 없을 것이라고 애써 받아 들이면 그보다 더 한 결과들이 나와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더 문'과 '거미집'은 언급을 꺼릴 정도로 탄식을 불러 일으켰다. '당황스럽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고 입을 모았다.

또 "박스오피스 1위도 마냥 기뻐할 수 잇는 상황은 아니다. 관객의 선택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관계자들은 충격적인 수치 이상이 주는 의미와 결과에 대한 문제의 고민을 깊이 있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형식의 위기이기 때문에 돌파구를 찾느냐 찾지 못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며 뾰족한 묘수 없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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