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넘나…이스라엘 '다음 단계' 예고에 이란 '개입' 경고
개전 일주일째 양측 사망자 3천500명 넘어…美, '확전 경계' 두번째 항모 이동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지상전 강행을 예고하면서 교전 8일째인 15일(현지시간) 현재 가자지구에서는 피란민 100만명 이상이 아비규환에 빠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 시한으로 제시한 '데드라인'이 전날로 끝나면서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상전 준비 태세를 다졌다.
하마스는 중동의 '반이스라엘' 연대와 밀착하며 결사항전으로 맞서는 가운데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명분으로 '개입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확전 우려를 키웠다.
가자 주민 100만명 대이동…네타냐후 '다음 단계' 경고
14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기에 앞서 민간인에 대피령을 내리고 안전 경로를 제시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10시)까지 6시간 동안은 안전할 것이라며 피란민이 남쪽으로 떠날 수 있는 안전 경로 2곳을 지정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은 중요한 지상 작전에 중점을 두고 전국에 병력을 배치해서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가자지구 외곽의 군부대를 방문해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가 됐나.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이스라엘군이 통보한 시한이 만료돼 지상전이 곧 개시되는 것이 아니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스라엘이 구체적인 시한까지 제시하면서 대피를 거듭 압박하자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인 약 100만명의 주민이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수십만명이 집을 떠나는 등 지난 한 주 동안 가자 지구에서 약 100만명이 피난민이 됐다고 밝혔다.
북부 주민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는 피란민들로 넘쳐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수일간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습 속에 식량과 물, 전력 차단 등으로 고통을 겪어왔다.
이런 가운데 유엔은 가자지구 전체 주민들이 깨끗한 식수를 구할 수 없어 수인성 질병의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 정부도 이날 "예측할 수 없는 안보 상황"을 이유로 들어 이스라엘이 제시한 시한 만료 직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공관에서 비필수 업무 담당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해 소개령을 내렸다.
지난 7일 하마스 기습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양측 사망자는 14일 현재 3천500명을 넘어섰다.
팔레스타인 쪽에서는 최소 2천215명(어린이 724명 포함)이 숨지고 부상자는 8천714명에 달하며, 이스라엘 쪽에서는 사망자 1천300명, 부상자는 3천436명으로 유엔이 집계 집계했다.
이란, 이스라엘에 '개입' 경고…美, 두번째 항모 띄워 확전 경계
이런 가운데 이란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며 자국의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의 이란 대표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을 통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며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이란은 유엔을 통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할 경우 이란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두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유엔의 중동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란에는 '레드라인'이 있으며,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계속되고 특히 지상전을 실행한다면 이란도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스라엘에 보냈다.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란과 "협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보내면서도 확전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고 "모든 국가가 하마스를 팔레스타인 주민의 염원을 대변하지 않는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명백하게 규탄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지지를 확인했다.
또 하마스의 공격 이후 중동 각국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중동 지역 분쟁 확산을 막고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은 하마스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을 돕고 확전을 억제하기 위해 중동 지역에 항공모함전단을 추가로 보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14일 성명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에 동지중해로 이동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불씨' 이스라엘 북부로 전선 확대 우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에서도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남부에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벌어진 이후 북부 국경 지대에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산발적인 충돌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4일 레바논에서 국경을 넘어 침투하려던 '테러리스트' 여러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과거에도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반복해왔다.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헤즈볼라가 마련한 시나리오에 대해 알고 있다"며 "저항 세력이 취하는 어떤 조치라도 이스라엘에는 대지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투가 산발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헤즈볼라가 전면 개입하면서 신(新)중동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남과 북의 두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을 벌여야 한다.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수도 다마스쿠스와 북부 도시 알레포의 공항에 공습을 가한 데 이어 이틀 뒤인 이날도 알레포 공항에 다시 공습을 감행했다.
이번 공습으로 5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를 지원하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견제하기 위해 종종 시리아를 공습하곤 했으나 하마스와 전쟁 와중에 가해진 공습인 만큼 확전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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