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똑바로 안 하냐?"…직장 내 괴롭힘 다시 증가세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줄어들던 직장 내 괴롭힘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1년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약 10명 중 4명에 달했다.
15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35.9%가 '최근 1년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6월부터 조금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6월 29.6% ▷2023년 3월 30.1% ▷6월 33.3%▷9월 35.9%로 시간이 갈수록 점차 비율이 늘고 있다.
업종별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43.1%)과 제조업(42.1%),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40.2%)에서의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령별로는 30대의 괴롭힘 경험률이 43.3%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37.5%), 20대(34.7%), 50대(29.2%) 순이었다.
일주일당 근무시간에 다른 괴롭힘 경험도 제각각이었다. 41시간 이상인 응답자들의 괴롭힘 경험 응답이 대부분으로, 평균보다 높았다. 52시간 초과 근무자들의 괴롭힘 경험률은 45.1%로 평균보다 9.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명예훼손'(22.2%)과 '부당지시'(20.8%)가 많았고, 이외 '폭언·폭행'(17.2%), '업무 외 강요'(16.1%), '따돌림·차별'(15.4%) 순이었다. 특히 모욕이나 명예훼손, 부당지시 등은 근무시간이 길수록 괴롭힘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37%)가 가장 많았고, 그 외 '비슷한 직급 동료'(22.3%), '사용자'(19.2%) 순이었다. 다만 비정규직 피해자의 경우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이 괴롭힘 행위자라는 응답이 17.1%, 정규직(5.5%)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의 괴롭힘 피해자들은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라는 응답이 3명 중 1명(32.1%)으로 가장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 친인척일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 직장인은 "사장이 욕설을 하고 아침에 인사를 하면 똑바로 안 한다고 뭐라 한다. 90도 폴더 인사를 하라는 건지"라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냐. 회사에서 녹음기를 달고 생활할 수도 없고 참 답답한 노릇이다"라고 토로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1명은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16.4%), 비사무직(13.9%), 5인 미만(15.1%), 교대제(16.2%), 임금 150만원 미만(16.7%)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신고했다'는 응답도 1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6.7%,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 국민권익위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5.3%에 그쳤다. 반면 65.7%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고, 27.3%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무엇보다 이처럼 괴롭힘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무려 67.2%에 달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경험한 비율도 26.8%였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변호사는 "일터의 약자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을 더 많이 당하고 또 신고나 대처가 어렵다는 것이 그동안의 설문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돼야 하고 부당해고 제한 조항도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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