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글로벌 IB 고의적 불법공매도 최초 적발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3. 10. 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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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글로벌 투자은행 2곳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자행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주식을 미리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차입이 가능한 수량 만큼 잔고를 부풀려 더 많은 공매도를 통해 수수료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취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공매도 조사전담반 설치 이후 불법 공매도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시장에서 의혹이 제기되어 온 글로벌 IB의 관행적인 불법공매도행위를 최초로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에 글로벌 투자은행 2곳을 적발했다. 이들은 그간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공매도 등 국내 주식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공매도 주체이다.

법령상 주식을 공매도하기 위해선 주식을 미리 빌린 다음 그 만큼만 공매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투자은행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고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 등으로 불법 공매도를 지속했다.

A사는 내부 부서 간의 주식 대차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아 실제 소유 주식보다 더 많은 잔고로 매도주문을 내는 수법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100주를 보유한 Y부서가 Z부서에게 50주를 대여한다면, Y부서는 대여내역을 입력하지 않고 잔고를 100주로 유지하는 반면 Z부서는 차입한 50주를 잔고에 기입하는 식이다.

실제로는 두 부서에 각각 50주씩 총 100주가 있지만 잔고상 주식은 총 150주로 인식된다. A사가 150주 잔고를 기초로 매도 주문을 제출해 50주 만큼 무차입공매도가 발생한다.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A사는 매번 부족한 주식 수량에 대해 사후에 추가 차입 등을 통해 해결하며 위법행위를 방치해왔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지속적으로 수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탁증권사가 어느 정도 조력했는지 판단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사는 고객으로부터 총수익스와프(TRS) 주문을 받고 이를 헤지하기 위한 공매도 주문을 내는 과정에서 향후 차입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주문을 제출해왔다. 외부 기관에서 100주까지 차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면 차입 확정 이전임에도 100주 더 많은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식이다. HSBC는 이후 최종 공매도 수량이 체결되면 차입계약을 사후 확정했다. B사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규모로 무차입공매도를 벌였다.

두 글로벌투자은행의 목적은 수수료 극대화다.

해외 기관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공매도하고자 할 때 두 투자은행과 매도스왑거래를 체결하고 이들 투자은행은 이를 헤지하기 위해 시장에 공매도주문을 제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주가가 내림으로써 투자은행들이 얻는 이익은 없다.

대신 스왑거래와 공매도 주문량이 많으면 수수료 수입이 늘기 때문에 투자은행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수 보다 많은 수에 대해 공매도를 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무차입공매도는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고 주가 낙폭을 키우는 행위로, 국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지돼왔다.

그동안 무차입공매도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두 글로벌투자은행에는 과징금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제재조치도 있을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들과 비슷한 영업을 하는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한다.

금감원 측은 “일부 IB의 경우 장 개시 전 소유수량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하는 등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돼 조사 중”이라며 “다른 IB에 대해서도 이상거래 발견시 즉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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