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무성한 '불법 공매도' 현실로…홍콩 IB사 첫 적발

홍콩 소재 글로벌 IB 2개사 적발
총 560억 규모 무차입 공매도 주문 제출
당국 '고의적이고 관행적인 위법 행위" 판단
금감원, 주요 글로벌IB사로 조사 확대 예정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그간 시장에서 의혹이 무성했던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행위가 금융 당국에 처음 적발됐다. 특히 이들 글로벌IB가 그간 고의적이고 조직적으로 불법 공매도 행위를 저질렀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향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내리는 등 엄중한 대처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주요 글로벌IB사로 조사도 확대할 방침이다.

(사진=금융감독원)

금감원은 홍콩 소재 글로벌IB 두 곳의 불법 공매도 행위를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해외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공매도(매도스왑) 등 국내 주식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공매도 주체 중 하나다. 금감원은 이들 두 곳의 글로벌IB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고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의 불법 공매도를 지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글로벌IB A사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국내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A사는 내부 부서 간 대차를 하는 과정에서 대차 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았고, 소유 주식이 중복 계산돼 잔고가 과다 표시됐다. 매도주문을 제출한 A사는 결제수량이 부족함을 인지했음에도 사후차입 등 방식으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연루됐다. 금감원은 국내 수탁증권사와 A사가 공매도 포지션·대차 내역을 매일 공유하고, 결제가능여부 확인 과정에서 잔고 부족이 발생함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IB인 B사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국내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B사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스왑 계약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을 하는 과정에서 사전 차입이 확정된 주식 수량이 아닌 향후 차입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 스왑계약을 체결,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이후 체결된 공매도 수량을 기초로 차입 계약을 사후확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사진=금융감독원)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글로벌IB들이 고의적이고 관행적으로 장기간의 걸친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투자업무인 PBS(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 prime brokerage service) 업무를 하는 주체가 불법공매도를 지속한 만큼 과징금 제도 도입 이래 최대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예상된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향후 적발된 A·B사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엄중하게 제재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주요 글로벌IB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금감원은 현재 A·B사 외의 다른 글로벌IB사 중 일부가 개장 전 소유수량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한 정황을 포착해 조사하는 중이다. 아울러 해외 금융감독당국과 공조를 통해 해외 소재 금융투자회사들의 불법 공매도 행위를 엄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수탁증권사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