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 “560억 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주가 영향 크지 않다”

문수빈 기자 2023. 10.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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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감원, 글로벌 IB 무차입 공매도 조사 결과 발표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관행적인 불법 공매도 행위를 최초로 적발했다. 이번에 적발된 글로벌 IB는 2곳으로 모두 홍콩에 있는 회사다. 다만 금감원은 이들의 불법 공매도가 주가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 소재 A사는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이들은 내부 부서 간 대차를 통해 주식을 차입하고 대여하는 과정에서 대차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았고, 소유 주식을 중복 계산해 과다 표시된 잔고를 기초로 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매매거래 다음 날(T+1) 결제 수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A사는 원인을 알아보려 하거나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후 차입 등의 방식으로 위법행위를 사실상 방치한 것이다.

글로벌 IB의 공매도 과정은 다음과 같다. 고객이 IB에 매도 스왑 주문을 접수한다. 글로벌 IB를 이용하는 고객은 주로 해외 투자자인데, 해외 투자자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투자하려면 외국인 투자 등록 번호가 있어야 한다. 이 번호가 없을 경우 글로벌 IB와 매도 스왑과 같은 장외파생상품(TRS) 계약을 맺는다. 결국 이 고객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 스왑 주문을 접수한 것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뉴스1

고객과의 매도 스왑 주문으로 IB는 매수 포지션이 생기는데,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IB는 매도 주문을 낸다. 이때 IB는 본인이 가진 물량을 매도하거나, 모자를 경우 공매도를 하기도 한다. 글로벌 IB와 같은 해외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는 한국거래소로 바로 주식 주문을 넣지 못하기 때문에 중간에 국내 증권사가 개입하는데 이를 수탁증권사라고 한다. 즉 고객→글로벌 IB→국내 수탁증권사→한국거래소로 주문이 이어지는 것이다.

구조상 무차입 공매도로 결제 수량이 부족하다는 건 국내 수탁증권사가 알 수 있다. 금감원은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가 무차입 공매도로 잔고 부족을 인식했음에도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마찬가지로 홍콩에 있는 B사는 2021년 8월에서 같은 해 12월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B사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스왑 계약을 헤지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수량이 아닌 향후 차입할 수 있는 수량을 기준으로 헤지 주문을 제출했다. B사는 이후 최종 체결된 공매도 수량을 기초로 차입 계장을 사후 확정했다.

다음은 김정태 금감원 공시조사 부원장보와의 일문일답.

─문제가 된 글로벌 IB 2곳의 과징금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과징금 제도가 도입된 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은 38억원이었다. 이보다 높은 과징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과징금이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 현재 과징금의 액수를 단정해 말하기 어렵다.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를 최초로 적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엔 헤지펀드의 공매도 위반 사항이 발견됐는데 착오와 과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IB는 우리 시장에서 공매도 제도(위반 가능성으로)로 문제가 됐는데 그간 시정 없이 (공매도가) 이뤄졌다는 것에 대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우리 주식 시장에서 이슈가 제일 많은 제도는 공매도다. 1000만 동학 개미의 불신을 받는 제도다. (불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외국인 투자자 때문이다. PBS 업무를 하는 IB가 우리 시장 공매도 제도를 이해 못 하고 있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IB들이 (우리 금융당국으로부터 위법 행위를)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 건은 상당히 오랜 기간 조사한 건이다.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행태를 봤기 때문에 다른 IB에도 검사를 확대해 시장에서 불법 공매도 행태를 척결해 나갈 것이다.

─글로벌 IB의 사명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앞으로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와 증선위 의결을 거쳐 조치가 최종 결정될 텐데 지금 단계에서 회사 이름을 말씀드리는 건 어렵다. 자조심과 증선위 단계가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증선위의 결정이 나면 회사 이름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불법 공매도로 주가에 영향이 있었다고 보나.

(종목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개별 종목에 대한 (불법) 공매도 비중은 크지 않다. 이번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으로 전환된 수준은 아니다. 글로벌 IB가 공매도를 하고 청산하기 위해 주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IB가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 건을 가지고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A사와 관련해 국내 수탁증권사 제재 조치 이뤄졌다.

국내 수탁증권사에 대해서도 제재 조치 하려고 한다. 과거 금감원이 수탁증권사에 대해 과태료 조치를 한 사례가 있었다. 국내 수탁증권사가 (무차입 공매도를) 어느 정도 인지했고 얼마큼 조력했는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이번 건은 확실히 국내 수탁증권사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수탁증권사에 대한 검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공매도 과정에서의 수탁증권사 문제는 검사를 통해 지속 조치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악재성 정보 공개 전 무차입 공매도와 관련한 금감원의 조사 발표가 있었는데 그 건과는 다른 건가.

현재 건과 완전 다르다. 그 건은 자조심 단계를 지나 증선위 논의 단계에 있다. 조만간 증선위에서 (제제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건은 (글로벌 IB의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고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IB의) 단순한 실수는 아닌 것 같다. 이같은 공매도 행위를 하면서 (글로벌 IB가) 우리나라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

─지적된 IB가 사안에 대해 해명했나.

A사와 B사 중 1곳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특히 B사는 시스템을 개선했다. A사는 (금감원이) 시스템 개선을 요구한 상태다.

─발표된 기간에만 글로벌 IB가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인가. 그 이후엔 불법 공매도를 하지 않았나.

(특정 회사가 공매도를 한 기간에 대한) 조사를 무한정 늘릴 순 있으나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한국거래소에서 일부 종목에 대해 봐달라고 (보고가) 오면 그 기간 산정해서 볼 수 있지만, 검사하다가 종목이 늘어 조사 기간이 늘어나는 기간도 있다. 현재 글로벌 IB 2곳이 공매도를 한 기간은 혐의가 명확한 것에 대해 잘라서 조치한 것이다. 그 이전에는 공매도가 없는지,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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