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 복사실은 한산…"학생들 다 패드로 보죠"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예전엔 1교시 강의 시작 전에 학생들이 자료를 출력하려고 긴 줄을 서곤 했는데 그게 딱 끊어졌어요."
지난 13일 오후 3시께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인문과학관 2층 복사실은 텅 비어있었다.
빈 복사실 카운터에 앉아있던 운영자 김모(54)씨는 캠퍼스 내에 "종이를 쓰는 문화가 확실히 없어졌다"며 "학생들이 다 패드 같은 것을 보면서 수업을 하니 출력이 많이 없어졌다. 해봐야 과제물 한두장 정도씩 뽑아가는 정도"라고 전했다.
오후까지 손님이 몇 명이나 왔는지 묻자 "요즘은 시험 기간이라 손님이 많은 편"이라며 "20명 정도가 왔는데 해봐야 한 사람당 서너장 뽑아가는 게 전부"라고 했다.
비대면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던 코로나19 시기가 지나고 학생들이 캠퍼스로 돌아왔지만 대학 내 복사실은 여전히 한산한 편이다.
학교 주변에 무인 프린트 가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 강의 자료를 보고 필기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다.
김씨는 "학생들이 온라인에 익숙해져서인지 문화가 다 바뀌었다"며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매출은 3분의 1수준이고 종이 가격은 배에 가깝게 올랐다"고 전했다.
성균관대 서울캠퍼스에서 복사실을 관리하는 이모(37)씨도 "태블릿 PC만을 활용해 강의를 듣는 게 언젠가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로 그 시기가 많이 앞당겨진 것 같다"며 "이제 복사실 운영으로 매출을 낸다기보단 버티는 정도다. 우리만 해도 직원 수를 8∼9명에 1∼2명으로 줄였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제 종이보다 화면을 통해 자료를 보는 게 더 익숙해졌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 다니는 이모(23)씨는 "귀찮게 종이로 뽑지 않아도 다운로드를 해 바로바로 자료를 볼 수 있고 필기할 때도 더 편리해 패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김모(22)씨는 "프린트뿐 아니라 책을 사용하는 수업도 많은데 모든 책과 프린트를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패드 하나로 대체할 수 있다. 어떤 책을 챙겨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며 "강의를 듣거나 공부할 때 필요한 추가 자료도 바로바로 캡처해 강의 노트에 붙여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린트 사용이 줄면서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선 올해만 복사실 10곳 중 3곳이 운영을 중단했다.
다른 대학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세대 서울캠퍼스 내의 한 복사실도 수익이 나지 않아 지난해 문을 닫았다. 서강대 역시 복사실 한 곳이 지난 6월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매출이 줄어 운영을 멈췄다.
대학들은 복사실 대신 무인 프린터기를 설치해 필요시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하지만 이용량은 많지 않은 모습이다.
이화여대의 경우 학내 곳곳에 프린터기가 설치돼 있는데 최근에는 출력량이 부쩍 줄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종이를 쓰는 문화가 점점 자취를 감추면서 교재를 무단 복사해 복제하는 대학가의 고질병도 없어질 법 하지만 디지털 복제로 형태를 바꿔 성행하고 있다.
학생 한 명이 교재를 사서 무단 스캔해 PDF 파일을 만들면 이 비용을 같은 강의를 듣는 학생 여러 명이 나눠 내고 파일을 공유하는 식이다. 대학생 A(22)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이번 학기 전공 강의 교재를 5천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마련했다고 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교재 PDF 파일을 사고판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단속이나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학교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의 경우는 학생들이 아예 학교에 전자책 출간을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외대 서양어대학 학생회는 교내 출판원에 '대학 스페인어 문법', '독일어 읽기' 등 책 17권의 전자책 발간을 요청했다. 출판원이 이를 받아들여 전자책을 만들면서 이번 학기 학생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
여찬우(21) 한국외대 서양어대학 학생회장은 "종이책보다 30% 할인된 가격에 사용할 수도 있고 편리해서 학생들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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