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살면 다 풀릴 줄 알았지?.. “집 뿐만 아니, 결혼도 힘들어”
인구 과밀 따른 경쟁 심화.. “결혼보다 생존”
기혼자 비율 ‘지방 → 지방’ 집단 제일 높아
여성, ‘결혼 시기’·‘결혼 가능성’ 구분해야
“결혼 늦어져도 가능성 떨어진 것은 아니”
일자리 확충 위한 재정·제도 등 뒷받침돼야
서울 등 수도권에서 자라, 같은 지역 내 대학에 진학한 청년층이 지방에서 성장해 그 지방 내 대학에 들어간 청년들보다 결혼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수도권에만 인구가 집중되면서 과밀한 거주환경이 조성되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높은 경쟁감과 심리적 불안감이 결혼 기피현상을 부추긴다는 분석입니다.
더불어 높은 주택가격과 물가 등 경제적인 특성도 혼인 가능성을 낮추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성별과 일자리, 지역 특성 모두 혼인 가능성에 영향을 미쳤는데,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혼인 승산이 높았습니다. 종사 직종으로 보면 임시·일용직이 혼인 승산이 낮은 반면, 전문직이나 관련 사무종사자 등이 높아 양질의 일자리가 삶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면서 결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여성, 남성보다 혼인 승산 더 높아”
오늘(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 내 ‘청년층의 성장 지역과 대학 소재지 경로별 혼인 가능성의 차이 분석’ 조사에서 성별과 지역 차이를 중심으로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만15∼29세 청년들의 학교에서 노동시장까지 이행과정을 추적조사한 ‘청년패널2007’ 데이터 분석 결과, 이같은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연구에선 이들 중 마지막 조사 당시 33세 이상(초혼연령 고려)인 청년 응답자 4,200명을 추출해 성장지역과 대학 소재지를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그 외 지방으로 나눠 4개 집단으로 구분해 진행했습니다.
성별로 구분해 볼 때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혼인 승산이 25.7%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인구동향조사 결과인 30~34세 1,000명 당 혼인 건수 비교 때 여성이 41.3건으로 남성(40.3건)에 비해 더 많다는 수치와도 일치합니다.
또 첫 일자리 진입의 경우, 임시・일용직일 때의 혼인 승산은 자영업・무급가족종사자에 비해 34.6% 낮아졌으며, 직업 유형 중 사무종사자와 전문가·관련 종사자일 때의 혼인 승산은 기타 직군(생산직, 농어업직 등)에 비해 각각 38.9%, 68.8% 높아 양질의 일자리가 결혼 추이를 가르는 것으로 봤습니다.
■ 지역 내 주거환경·경제적 특성, 결혼에 영향
변수 사이 상호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4개 집단의 혼인 가능성을 살펴본 결과, 지방에서 성장해 지방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집단(지방→지방)이 수도권에서 수도권 내 진학한 집단보다 혼인 가능성이 18.0% 높게 나타났습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 남성의 초혼 연령은 33.82세, 여성은 31.59세로 지방 거주 청년층(남성 33.58세, 여성 31.02세)보다 결혼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특히 전국 대비 서울 거주자 평균 초혼 연령(남성 34.17세, 여성 32.15세)이 남녀 모두 가장 높았습니다.
거주지 내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수록 혼인 이행 기간이 짧을 수 있지만, 지역 내 경제적 특성으로 인한 결혼비용의 증가는 초혼을 지연시키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수도권의 경우 전반적으로 청년 인구 비율이 높아 지역에 따른 잠재적 배우자 수의 차이가 초혼 시기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반면, 주택 가격이나 지역 물가, 취업 비중과 같은 경제적 측면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더불어 성장 배경에 따른 문화적 차이도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경쟁 심리가 높을 경우 생존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결국 혼인과 출산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큰 탓입니다.
실제 혼인 유무로 파악한 기혼자 비율은 ‘지방→지방’ 집단이 61.4%로 가장 높고 ‘지방→수도권’ 59.8%, ‘수도권→수도권’ 56.6%, ‘수도권→지방’ 54.5% 순을 보였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도로 살펴볼 때 수도권 거주는 초혼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비수도권 거주자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혼인을 늦게 하거나 혼인 이행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남성 ‘종사상 직위’.. 여성 ‘직업 유형’에 영향
성별로 구분한 추가 분석에서는 전반적인 직업적 요인은 여성보다 남성의 혼인 가능성에 강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남성의 경우, 첫 입직 당시 종사상 직위가 임시・일용직일 때 혼인 승산이 낮아졌습니다. 직업 유형이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나 사무종사자일 때, 취업 연령이 어릴 때 혼인 승산이 높아졌습니다.
반면 여성은 고용상의 지위보다는 직업 유형 중 전문가나 관련 종사자의 혼인 확률이 68.2% 높았고 남성과는 반대로 처음 일자리를 가진 나이가 많을수록 혼인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의 경우 성장지역과 대학 진학 지역 특징에 있어 남성보다 더 유의미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여성의 ‘지방→지방’ 집단의 혼인 확률이 ‘수도권→수도권’ 집단보다 30.1%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때문에 연구진(저자 김가현. 교신저자 김근태)은 “일자리의 질, 임금 수준의 편차가 증가하는 지금, 혼인 가능성 향상을 위해서 남성의 경우엔 소득 불평등과 분배 문제를 개선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여성의 경우엔 고학력・전문직 여성일 수록 혼인 확률이 낮다는 종전 연구와 대조적으로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일 수록 혼인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확인했다며, 혼인 유무를 살펴볼 때 ‘결혼 시기’와 ‘결혼 가능성’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인적자본이 높은 여성이 늦게 결혼하는 것은 시기의 문제일 뿐 결혼 자체의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고학력・전문직 여성일수록 가족 친화적인 근로 환경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고, 결혼과 출산을 해도 직업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위험이 적기 때문에 불안정 고용 계층 여성에 비해 높은 혼인 가능성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과열 경쟁, 불안 심리 완화 위한 정책 촉구
때문에 이같은 연구결과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로 인한 결혼 연령의 상승, 직장생활을 우려한 결혼·출산 기피 현상 등을 완화하기 위해 생활물가 안정, 양육・교육은 물론 일자리・부동산 등 다방면에서 재정 지원,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관련해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수도권은 인구가 과밀하고 좋은 대학이나 직장이 한정돼 개인의 경쟁심리가 높고 혼인과 출산보다 생존을 우선시하게 만든다”면서 “이같은 수도권 내 심리사회적 특성이 청년층의 성장 시기부터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쳐 상대적으로 결혼에 대한 장벽을 높였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수도권 거주 청년층의 과열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동시에 지방 거주 청년들이 제대로 정주할 수 있도록 일자리 다양성을 높이고 문화 인프라를 조성하는 등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정책 노력을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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