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대상이 쇄신?" "용산의당 안돼" "새간판 필요" 들끓는 與…김기현, 버틸까
15일 오후 비공개의총서 지도부 존폐논쟁 예상
김기현, 2기 체제 인선안 내 논의방향 돌리나
尹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 사퇴론 선그은듯
연판장도 벼르는 비주류…전문가 "바뀔 건 용산"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로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가 이뤄진 국민의힘이 한층 구체적으로 책임소재와 인적쇄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휴일인 15일 비공개 긴급의원총회를 연다. 당 지도부 교체를 촉구하는 전면쇄신론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고, 사실상 김기현 당대표는 이를 잠재우려는 입장에 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언론에 "당의 안정과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한다"고 공지했다. 내년 제22대 총선 공천과 당무감사 실무를 총괄할 예정이던 친윤(親윤석열)계 핵심 이철규 사무총장을 비롯해 박성민·배현진 사무부총장, 지명직인 강대식 최고위원,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유상범·강민국 수석대변인 등 주요당직자가 사의를 표명하고 김기현 대표가 수용하는 방식이 됐다. 중앙당 대변인급 이하 당직자들도 급거 거취가 백지 상태에 놓였다.
그러나 당내에선 최고위원회를 겨냥한 선출직 지도부 책임론이 거세다. 최고위는 임명직 총사퇴 전 △'미래비전특별위원회'(당 혁신위원회 성격) 발족 △김 대표가 위원장을 겸직해온 '인재영입위원회' 구성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등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선 범(汎)친윤 비주류 등에서 백가쟁명 중인 김기현 체제 유지 여부가 최대 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 측에선 김기현 체제의 대안이 없고 총선까지 만 6개월이 남지 않아 '일부 쇄신'에 무게를 둔 언급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의총 전후로 후임 인선을 공개하고 최고위 협의를 거쳐 2기 체제를 완성해 총선을 치른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실무와 공약 라인을 각각 총괄할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후임으로 1명 이상을 '수도권·중원' 출신으로 우선 채우기로 했다고 한다. 이른바 친윤·비윤 계파색이 짙은 인사는 배제한단 말이 나왔다. 가감없이 쇄신방안을 논의하는 취지로 의총이 예정됐지만 김 대표는 2시 인선안 평가를 묻겠단 구상으로 보인다. 의총 개최 불과 2시간 뒤에 고위당정협의회가 예고됐기도 하다.
지난 13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역시 참모진에게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분하고 지혜롭게'에 방점을 찍고 일부 쇄신에 가닥을 뒀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언급이 전해지기에 앞서선 일부 언론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발(發)로 "(보선 참패 결과는) 예상한 대로 나왔다", "무슨 구청장 선거 하나를 갖고 충격을 받느냐", "선거를 치른 것은 대통령실이 아니라 국민의힘" 등 언급이 보도된 터다.
하지만 당 내부는 들끓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당정쇄신"을 촉구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14일에도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다.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선 안될 일"이라며 "그 지도부로선 총선 치르기 어렵다고 국민이 탄핵 했는데 쇄신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개인 발언에 그치지도 않았다. 서울 강서구을에서 3선을 했었고, 강서구청장 보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성태 전 의원은 근본적 당정관계 변화를 촉구했다.
김성태 전 의원은 지난 13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아주 독한 예방주사를 국민을 대신해 강서주민들이 우리 당(에 놓아줬고), 쓴 약을 지어줬다"며 "좋은 약을 받아들고 변화를 시도하고 추구하지 못하면 내년 4월 총선땐 독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후보문제·국정기조·선거운동 전략 등을 패인으로 꼽았지만 특히 당정관계에 대해 "이게 국민의힘 당인지 정부 용산의 당인지 구분이 안 되면 안 된다"며 "총선은 당이 치르지 용산이나 정부가 치르는 선거가 아니다"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충남 지역의 4선 홍문표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제가 한 일곱여덟 분한테 전화를 받았다"며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책임자가 안 나오고 미봉책으로 가면 연판장이라도 받겠다(더라)"고 전했다. 연판장 내용이 선출직 지도부 사퇴 촉구가 될지 밝히진 않았지만 "'개혁 최소화해서 그냥 슬쩍 넘어간다면 연판장 받겠다, 지금 심각하다'는 것이다. '적당히'란 이름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사법리스크 등) 상대가 잘못해서 내가 득 보는 정치 시대는 끝났다"며 기조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옛 3선 지역구를 떠나 서울 출마를 예고한 김영우 전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보선 결과에 "잘못해서 진 거고, 청년·중도가 등을 돌린 것"이라며 "재창당 수준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임명직 당직자들만 물러난 걸 책임정치라고 할 수 있나. 모든 사안들을 당에서 최종적으로 누가 '사인'했나. 중도확장·인재영입, 공정한 공천제도, 민생법안과 정책 마련, 소외계층과 안전에 대한 특단의 대책 등을 위한 신뢰받는 새로운 간판과 메뉴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이 '역동성'을 찾아야 한다는 게 골자다.
부산 지역 5선 중진 서병수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힘 있는 여당 후보', '대통령과 핫라인' 등 보선 선거구호가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면서도 "그렇다고 용산 대통령실에 책임을 떠넘길 생각일랑 버려야 한다. 책임은 어디까지나 당에 있다"고 했다. 그는 김 대표를 향해 "정부가 바른길을 갈 땐 확실하게 뒷받침하겠지만, 민심과 엇나갈 땐 야당보다 더 단호하게 바로잡겠단 결기가 당신에게 있는가"라며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고 했다. 각오가 있다면 이른바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약속부터 지키라고 했다.
정치 전문가로부턴 당장의 일회성 행보보다 대통령실이 근본적으로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당이 전략이 없었단 것도 말이 되지만, 구조 자체가 나쁜 선거판에 '오만한 권력'이라는, 대통령 권력이나 검찰권 사용 문제가 '이길 수 없는 선거'를 만들었다. 김 대표가 사퇴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현안별로 국민에 이해를 구하고 읍소하는 모습, 탈(脫)검찰화로 변화해야 한다며 "용산이 완전히 바뀌어야하는데 여의도 바꾸기를 얘기해봐야 곤란하다"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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