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불평등의 주범이 아니라고 외치는 ‘학교의 재발견’[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2023. 10. 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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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재발견 표지



‘학교는 불평등하다.’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자라나는 모든 아동·청소년들에게 공정하게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고 합의하고 있고, 이를 위해 늘 ‘공교육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은 ‘학교는 불평등하다’고 인식한다. 고등교육으로 이행하는 관문으로 기능하는 고등학교는 자기네가 얼마나 많은 학생을 ‘좋은 대학’에 보냈는지 경쟁하고, 그 ‘좋은 대학’을 판별하기 위해 학원가·교육자·학부모 모두가 뜻을 모아 대학을 줄 세운다. 그뿐만 아니라 “학군이 좋으면 아파트 가격이 올라간다”는 말처럼 ‘부동산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집값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학군이다.

이러한 현상들의 저변에는 공통된 인식이 깔려 있다. 바로 ‘학교는 불평등하다’는 생각이다. 좋은 학교와 나쁜 학교가 분명히 존재하고, 내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은 좋은 미래를 거머쥐기 위한 필수요소라고 믿는다.

정말로 그럴까? 학교는 그렇게 불평등하고, 사회 내에서 계층 불평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일까? 만약 그렇다면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처럼 알 듯하면서 모르겠는 물음에 명쾌한 답을 내려주는 책이 나왔다. ‘학교의 재발견’(더글러스 다우니 지음 / 최성수·임영신 옮김 / 동아시아)이다. 저자가 미국인인 만큼 이 책은 분명 ‘미국 사회의 학교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인식은 놀라울 정도로 우리의 인식과 닮았다. 늘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 평등’을 부르짖고, 학교에서의 교육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를 개혁하는 것이 사회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외치는 것 등이 똑같다.

하지만 이런 인식, 즉 ‘학교가 불평등의 주범이라는 착각’에 저자는 일침을 놓는다. 이 책은 불평등의 원인이 학교라고 보는 관점을 반박한다.

불평등과 학교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기존의 연구들은 서로 다른 학교들을 비교해 진행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방식은 학교 입학 전부터 학생이 안고 온 불평등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정말로 학교가 불평등의 원인인지를 알아보려면 서로 다른 학교의 학생들을 비교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그보다는 한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그동안 학생 각자가 갖고 있는 문화자본이나 사회자본과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느냐를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를 테면, 고소득 가정 아이들과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동일한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을 때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학교는 불평등을 확대하지 않는다”며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접근방법은 학교가 아니라 학교 밖의 요소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교는 불평등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를 보여주는 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통상적으로 인식하는 좋은 학교와 나쁜 학교를 불문하고, 어떤 학교든 학교에서 교육받는 것만으로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한다. 학교는 ‘불평등을 줄이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무턱대고 ‘학교는 평등한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우리가 인식하는 대로 학교를 ‘불평등한 공간’으로 바라보고, 일부 인정도 한다. 다만 문제의 핵심은 평등과 불평등, 그 양자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진짜 문제는 ‘불평등이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다.

실제로 아이들의 학업성취도와 인지능력을 테스트한 결과를 비교했을 때, (부유한 아이들이 다니는) 일류학교와 (가난한 아이들이 다니는) 삼류학교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존재했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는 아이들이 해당 학교에 입학한 이후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학교에 입학하기 이전 유치원에 다니던 시기, 또는 그 이전의 가정생활에서부터 존재했다. 말하자면 우리가 학교에서 실제로 관찰하게 되는 ‘불평등’은 아이에게 주어진 사회적·경제적 환경이 반영된 결과다.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초점이 이 부분이고, 학교의 역할을 재발견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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