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역대급 더위’ 8월, 주택 전기사용량 역대 최대

김혜주 2023. 10. 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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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8월 주택용 전기 사용량이 4.6% 증가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사용량이 늘어난 데다 지난 여름 이후 전기요금이 1kWh당 30원 가까이 인상되면서, 각 세대가 평균적으로 지난해보다 약 25% 오른 8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전력이 오늘(15일) 발표한 전력 통계 월보를 보면 지난 8월 주택용 전기 판매량은 9,377 GWh로 1년 전보다 4.6% 늘었습니다.

8월 주택용 전기 판매량은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과 겨울을 통틀어 역대 최대 기록입니다.

올해 8월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은 333kWh로 지난해 8월의 325kWh보다 2.5% 증가했습니다.

총 전력 사용량이 4.6% 늘었는데 가구당 평균 사용량이 이보다 적게 증가한 데 대해 한전은 가구 수가 증가(2,760여만 가구→2,810여만 가구)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8월 427kWh의 전기를 쓴 평균 4인 가구라면 6만 6,690원의 전기요금을 냈지만, 올해는 438kWh의 전기를 써 약 25% 오른 8만 3,390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사용량 증가율보다 요금 인상률이 더 높은 것은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작년 여름 이후 전기요금이 세 차례에 걸쳐 1kWh당 총 28원 50전 인상됐기 때문입니다.

4인 가구가 지난해와 같은 427kWh를 썼더라도, 요금 인상 영향만으로 올해 8월 전기요금이 8만 530원으로 20.8% 오른 겁니다.

상점 등 상업 시설에서 사용되는 일반용 전기 판매량도 소폭 증가해 가정용과 마찬가지로 소상공인 등이 체감하는 인상 폭도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8월 일반용 전기 판매량은 1만 3,102 GWh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역시 역대 최대 기록입니다.

가정용과 일반용 전기 사용량은 날씨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폭염일은 11일로 역대급 여름 더위가 찾아왔던 2018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8월 서울의 평균 기온은 27.2도로 2018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이 같은 무더위 속에서도 가정용 전력 사용량 증가율이 그나마 5% 이내에서 묶인 것에는 올해 대대적으로 전개된 가정용 에너지 캐시백 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끼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와 한전은 올해 여름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각 가정의 여름철 전기요금이 자칫 급등할 수 있다고 보고 에너지를 예년 대비 적게 쓰는 가정의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에너지 캐시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등 에너지 절감을 유도했습니다.

한전은 8월 69만 9,000세대가 에너지 캐시백 신청을 한 가운데 43.9%인 30만 6,000세대가 실제 절감에 성공해 총 20억 7,000만 원의 캐시백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감산 등 경기 부진의 영향 속에서 산업용 전기 사용량은 2만 4,703 GWh로 지난해보다 2.1% 감소했습니다.

휴가철 영향 등으로 8월 전력 판매량은 전달보다도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 부진 속에서 산업용 전기 사용량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 3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권에 머물러 있는데, 전기 사용량은 일반적으로 실물 경기 활력의 척도로 여겨지는 만큼 우리 경기 활력이 떨어진 상태로 평가됩니다.

한편, 8월 한전의 1kWh당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각각 149원 10전, 166원으로 1kWh당 차익은 16원 90전이었습니다.

한전의 전기 판매 단가에서 전기 구입 단가를 뺀 차액은 지난 5월부터 넉 달째 플러스를 기록해 장기간 이어진 역마진 구조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한 모습입니다.

다만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다 파는 금액만 반영되어 있어, 실제로 한전이 전기를 각 고객에게 공급할 때 드는 원가에 전기 구입비 외에도 송·변전 시설 투자비, 인건비 등 경상비, 추가 투자를 위한 적정 이윤 등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한전은 1kWh당 전기 판매 단가가 전기 구입 단가보다 최소 20원 이상 높아져야 적자를 보지 않는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부 요인을 제외해도 올해 1∼8월 누적 기준 1kWh당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각각 153원 70전, 151원 30전으로, 여전히 한전의 역마진 구조는 깨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못해 한전은 2021년 이후에만 47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는데, 2분기 말 기준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약 201조 원에 달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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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주 기자 (kh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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