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즙 마시면 폐암 치료?…조회수 높은 건강정보 “맹신은 금물”

이승준 2023. 10. 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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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유튜브 영상 분석
폐암 관련 영상 절반이 “잘못된 정보”
인제대일산백병원 제공.(기사와 무관한 사진)

“녹즙을 마시면 폐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튜브에 유통되는 폐암 관련 영상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물론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다. 유튜브에 무수히 올라오는 건강정보 영상에 잘못된 정보가 많아 유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온다.

15일 인제대 일산백병원 피부과 허식 교수 연구팀이 여드름 치료제 관련 유튜브 영상 164편을 분석해 대한피부과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한 연구결과를 보면, 이들 영상의 정보 정확성에 대한 평균 점수가 5점 만점에 0.61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튜브 건강정보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위해 대표적인 여드름 치료 약물인 ‘이소트레티노인’을 열쇳말로 검색해 검색한 영상들을 ‘디선(DISCERN)’을 활용해 분석했다. 디선은 건강 정보의 신뢰성과 타당도를 검증하는 평가도구로 정보 신뢰성을 평가하는 문항 8개, 치료 정보의 질을 평가하는 문항 7개, 전반적인 질을 평가하는 1개 문항 등 총 16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여기에 ‘정보 정확성’을 알아보는 8가지 항목 등을 추가해 평가했다. 각 문항은 1점(전혀 만족하지 않음)에서 5점(전적으로 만족함)까지 5점 척도로 평가한다.

“잘못된 정보 영상…조회수 높아”

영상 분석 결과, 유튜브 영상의 신뢰성과 품질 평균 점수는 2.24점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특히 정보 정확성을 평가하는 8개 항목 점수는 0.61점으로 매우 낮았다고 밝혔다. 24개 평가 항목 중 “심각하거나 광범위한 결함”을 뜻하는 1점 미만 항목이 7개, “심각하지 않으나 잠재적으로 중대한 결함”을 뜻하는 3점 미만 항목이 15개로 집계됐다.

164개 영상 중 의료인 영상은 전체 44%(72개), 비의료인 영상은 56%(92개)로 조사됐다. 의료인(2.63점)이 비의료인(1.93점)보다 정보 정확성과 신뢰도 등 전반적인 영상 품질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디선 점수가 낮을수록 조회수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며 “영상 조회수와 품질은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짚었다.

허식 교수는 “여드름은 청소년의 85%에서 나타나는 흔한 피부질환이다. 청소년이 유튜브 이용률이 매우 높은 점을 감안하면 유튜브의 허위 정보는 여드름 치료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이소트레티노인은 가장 효과 좋은 여드름 치료제이지만, 피부 건조증이나 휴지기 탈모 등의 부작용과 함께 가임기 여성이 약물 복용 중 임신할 경우 태아 기형을 초래할 수 있어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며 “유튜브 건강 정보를 맹신하지 말고, 증상이 생기면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검사 권하는 영상도 많아”

지난 9월 공개된 강은교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 교수 연구팀의 ‘전문가 집단 제공 여부에 따른 YouTube(유튜브)를 통한 폐암에 대한 잘못된 정보의 유포 분석’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연구팀은 조회수 1만회 이상의 폐암 관련 유튜브 영상 171개를 분석한 결과 통계적 오류나 불필요한 검사 권장, 그릇된 치료법 및 예방법 소개 등 잘못된 정보를 포함한 영상이 절반에 가까운 78개(45.6%)에 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78개 영상 중 65.4%인 51개는 맞지 않는 치료법이나 예방법을 소개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연구에 따르면 채소·과일·산야초에는 수많은 암 억제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재료로 한 녹즙을 마시면 폐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같이 잘못된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비흡연자라 하더라도 매해 CT를 이용한 검진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처럼 불필요한 검사를 권장하는 영상을 예로 들었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영상들이 그렇지 않은 영상보다 조회수가 높았다. 연구팀은 잘못된 정보를 담은 영상 평균 조회수는 평균 20만8189.9회로 그렇지 않은 영상(13만2569.2회)보다 조회수가 높았다. 평균 댓글 수도 131.6개 대 90.1개로 잘못된 정보를 담은 영상에 댓글이 더 달렸다. 

연구팀은 “비전문가 집단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비율이 유의하게 높았다”면서도 “의료 비전문가와 전문가 모두 잘못된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의료 전문가의 경우 불필요한 검사를 권고하는 경우도 다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튜브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 8월16일 △예방 관련 잘못된 정보 △치료 관련 잘못된 정보 △특정 질병의 존재를 부인하는 잘못된 정보 등을 담은 콘텐츠를 삭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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