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이 무려 '공격성공률 77%'... 에이스 없이도 우승후보 셧아웃 완파, '통합 4연패' 도전 자격 증명했다

인천=김동윤 기자 2023. 10. 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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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대한항공 정한용. /사진=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 점보스가 에이스 정지석(28) 없이도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현대캐피탈을 완파하면서 통합 4연패 도전 자격을 증명했다.

대한항공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개막전에서 현대캐피탈에 세트스코어 3-0(27-25 25-22 25-23)으로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5시즌 연속 개막전 승리라는 기분 좋은 기록도 이어나가게 됐다. 하지만 경기 전 상황만 보면 결코 셧아웃 승리를 낙관할 순 없었다. 주포 정지석이 허리 통증을 이유로 엔트리에서 아예 제외됐기 때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있었던 통증은 한국에 복귀해서도 여전했고 복귀일도 장담할 수 없었다.

경기 전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 정지석의 자리를 완벽하게 대신할 순 없지만,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도우려 한다. 시즌은 길다"고 밝혔다.

그 대안으로 나선 것이 정한용(22)이었다. 의림초-제천중-제천산업고-홍익대를 졸업한 그는 2021~2022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프로 3년차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 차츰 출전 시간을 늘리더니 이번 일본 전지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데뷔 첫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정한용은 76.92%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팀 내에서 링컨 윌리엄스(19점) 다음으로 많은 12점을 올리며 대한항공의 셧아웃 승에 기여했다. 서브 범실이 많았던 것(10개)을 제외하면 리시브 효율 39.13%를 기록하는 등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대한항공 정한용. /사진=한국배구연맹

하이라이트는 가장 치열했던 1세트 듀스 상황이었다. 1세트 내내 아흐메드 이크바이리(현대캐피탈)가 13득점으로 전방위에서 대한항공 코트를 맹폭하며 접전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24:24 듀스 이후 정한용이 아흐메드의 공격을 두 차례 블로킹해내면서 1세트와 분위기를 모두 가져왔다. 경기 후 틸리카이넨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한용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포효하던 모습 안에는 긴장하는 모습도 있었다. 정한용은 "전날까진 기잔을 안 했는데 개막 당일이 되니 긴장이 됐다. 2세트까지 계속 긴장했는데 형들이 다독여줬다. 3세트부터는 진정이 좀 됐다"고 미소지었다.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 로베르토 산틸리 전 감독 체제를 거쳐 2021~2022시즌 부임한 틸리카이넨 감독 시대에 걸쳐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 결정전)에 성공했다. 성공 비결로 V리그 최고의 세터 한선수(38)와 국가대표 정지석, 임동혁 등과 함께 누가 나서도 1인분은 하는 탄탄한 뎁스가 언급된다.

올해 아웃사이드히터 포지션에는 기존의 곽승석, 이준과 함께 아시아쿼터로 들어온 마크 에스페호(26·필리핀)까지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에스페호는 짧은 기간에도 한선수로부터 높이와 공격력을 칭찬 받아 차츰 호흡을 맞춰가며 플레이타임을 늘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정한용은 "(정)지석이 형이든 (곽)승석이 형이든 모두 내 경쟁 상대다. 형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언제든 치고 들어가야 한다. 지난해보다 좀 더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 목표"라며 "비시즌 국제대회에 많이 나가다 보니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보다 파워나 스킬이 좋은 상대들을 보면서 나도 성장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한용 외에도 대한항공은 김규민 10점, 곽승석 6점, 임동혁 5점, 조재영 4점으로 고른 활약을 보이며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비교 우위를 점했다. 세터 한선수의 빠른 토스에 이은 속공과 연계 플레이도 효과적이었다. V리그 미디어데이 사전 인터뷰 당시 한선수가 설명했던 대한항공 배구의 일면을 엿볼 수 있던 개막전이었다. 당시 한선수는 "대한항공은 훈련이든 경기에서든 정신 없는 팀이다. 공격이나 템포가 빠르기 때문에 한 순간 정신을 놓으면 따라가지 못하고 한 명의 집중력이 끊어지면 (단점이) 드러난다. 그래서 누구도 놀지 않고 코트 안에서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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