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쓸리고 찢어지고 역전당하고…매력 발산 시작한 롤러스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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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의 비인기 종목 경기장은 '그들만의 세계'인 경우가 많다.
취미로 쇼트트랙을 하는 초등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경기장에 온 김미미(42) 씨는 "롤러스케이트라는 게 있다는 건 알았는데, 그걸로 이렇게 스포츠 경기까지 한다는 것은 '정철원 사건'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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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의 비인기 종목 경기장은 '그들만의 세계'인 경우가 많다.
대회 관계자와 선수 가족들만 관중석을 채우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14일 제104회 전남 전국체전 롤러스케이트 경기가 열린 나주종합스포츠파크 인라인롤러경기장의 풍경은 조금 달랐다.
그저 롤러스케이트 경기를 즐기겠다며 온 '일반 팬'들이 관중석 곳곳에서 손뼉을 치며 응원했다. 특히 어린 아이를 낀 가족 단위의 팬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터진 '세리머니 역전패' 사건을 계기로 '직관'을 오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항저우 대회 3,000m 계주 경기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 정철원(안동시청)이 결승선을 넘기 직전 '때 이른' 세리머니를 하다 대만 선수에게 역전당한 이 사건은 스포츠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블랙 코미디'였다.
한국 팀 3명 중 정철원 등 2명이 눈앞에서 병역 특례 혜택을 놓친 점은 극적인 효과를 배가했다.
기대했던 금메달이 아닌 눈물 젖은 은메달을 목에 걸어야 했던 한국 선수들에게는 인생에 다시 찾아오기 힘든 비극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롤러스케이트에는 더없는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취미로 쇼트트랙을 하는 초등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경기장에 온 김미미(42) 씨는 "롤러스케이트라는 게 있다는 건 알았는데, 그걸로 이렇게 스포츠 경기까지 한다는 것은 '정철원 사건'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에 사는데, 가까운 나주에서 전국체전 롤러 경기를 한다길래 처음 오게 됐다. 나주에 롤러 경기장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면서 "다음에도 이곳에서 대회가 열린다면 또 올 것 같다"며 웃었다.
팬들은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에서 특히 많은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정철원처럼 세리머니를 하다가 역전패당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결승선 통과 시점에 순위가 뒤바뀌는 것 자체는 롤러스케이트에서 아주 흔한 일이다.
뒷순위 주자는 선두 뒤에서 달리면 공기의 저항을 덜 받아 힘을 아낄 수 있다. 그러다가 결승선을 앞두고 폭발적으로 스퍼트해 역전을 이뤄낸다.
가장 비슷한 종목인 쇼트트랙과 비교해도 막판 역전은 롤러스케이트에서 더 많이 벌어진다.
쇼트트랙은 결승선이 코너와 코너의 중간에 있지만, 롤러스케이트 트랙의 결승선은 코너 초입에 있다. 따라서 마지막에 비교적 더 긴 거리의 직선 구간을 달리게 되며, 역전이 일어날 여지는 커진다.
땅에서 달리기 때문에 '거친' 매력도 있다.
전속력으로 내달리던 선수들이 엉켜 넘어지면서 피가 나고 살이 찢어지는 건 예사다. 종합격투기처럼 날것 그대로의 매력이 살아있는 종목이 롤러스케이트다.
이날 남자 10,000m 제외 경기 도중 넘어진 양선호(서울은평구청)는 크게 상처가 난 오른팔을 내보이며 "꿰맨 곳이 여러 군데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씩 웃었다.
한국 롤러스케이트 역사는 40년이 넘는다. 그러나 롤러스케이트의 매력은 이제야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 실업팀 지도자는 "궉채이도, 우효숙도 못한 걸 정철원이 살신성인으로 해냈다"며 웃었다.
정철원은 "비인기를 넘어 '비인지' 종목이다 보니 롤러 대회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면서 "내가 경솔하게 실수했는데, 다행히도 그걸 통해 많은 팬분들이 감사하게도 관심을 주시고 있다. 롤러가 인기 종목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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