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낙하산처럼…북한 특수부대 20만명 AN-2 타고 침투?

권혁철 2023. 10. 15.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이스라엘-하마스 전쟁]정치BAR_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
여당 ‘9·19 합의로 무장해제’ 전 정권 탓 주장 뜯어보니
북한이 2019년 5월 화력타격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훈련에는 240mm 방사포와 신형 자주포로 보이는 무기도 동원됐다. 조선중앙통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뒤, 북한이 장사정포를 쏘고 특수부대가 에이엔(AN)-2기를 타고 침투하면 속수무책이란 우려가 많다. 북한군이 하마스보다 전투력이 월등한데 한국은 9·19 남북군사합의(9·19 합의)로 대북 감시정찰능력이 크게 약해져, 한국이 이스라엘보다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근거로 정부와 여당에서는 9·19 합의를 효력정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와 달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완충구역이 없어 피해와 충돌이 확대된 측면도 있으므로, 지상·해상·공중에 완충구역을 설정한 9·19 합의의 중요성이 되레 커졌다는 반론도 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9·19 합의를 효력정지한다면 남북간 완충 구역이 사라져 하마스가 가자지구 인접 지역을 기습하듯이 북한의 기습이 쉬워진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대원이 모터 달린 패러글라이드를 타고 장벽을 넘어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의 종심(작전 범위나 길이)이 짧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에는 한반도처럼 비무장지대나, 비행금지구역 같은 완충구역이 없이 높이 6m의 콘크리트 장벽만 있다. 하마스 무장대원 공격을 받아 수십 명이 사망한 이스라엘 스데로트는 가자지구로부터 불과 3㎞ 떨어져 있다.

일부에서는 9·19 합의가 ‘무장해제 이적행위’라고 비난하나, 남북 양쪽에 적용돼 우리만 양보한 것이 아니다. 특히 한반도 서부 지역은 군사분계선 이북의 북한 상공 20㎞까지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 북한 전투기의 접근을 사전에 경보·조처할 수 있다. 이는 종심이 짧은 수도권 방어에 도움이 된다. 김병주 의원은 “9·19 합의 이전에도 한·미 정찰기는 북한 대공미사일 사정거리 밖인 군사분계선 20㎞ 이남에서 비행했기 때문에 9·19 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북한의 도발 징후 감시가 허술해졌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의 감시정찰 수단으로 가자지구를 실시간으로 마음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데도 기습을 당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9·19 합의같은 게 없기 때문에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감시정찰의 실패가 아니라 정보 판단의 실패일 가능성이 있다. 9·19 합의 당시 남북 장성급회담 남쪽 수석대표였던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최대 교훈은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고 확전과 민간인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인데 엉뚱하게 9·19 합의 효력정지가 도마에 올랐다”고 말했다.

유사시 북한 특수부대원 20만 명이 레이더에 포착이 안 되는 저고도 침투용 항공기인 AN-2기를 타고 서울 상공에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 주장도 따져볼 대목이 많다. AN-2기가 나무와 천으로 만들어져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지만, 주요 동체가 금속이라 한국군 레이더와 조기경보기로 포착이 가능하다. 야간비행 능력이 없고 비행 소음이 요란해 ‘날개 달린 트럭’으로 불린다. 전격적인 기습침투 수단으로서의 은밀성이 떨어진다.

이 비행기는 최고 속도가 시속 180㎞인데 무장병력 12명이 타면 속도가 떨어진다. 경기 북부에 촘촘히 배치된 대공방어망을 뚫고 수도권까지 오기가 쉽지 않다. 특수부대 20만명이 침투하려면 약 1만6700대가 필요한데 북한은 300대가량 갖고 있다. 대규모 병력 침투수단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지난 2019년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부지역 북한 장사정포를 40㎞ 이상 후방배치해 수도권 지역에 대한 위협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구가 많고 주요 시설이 몰린 수도권에 대한 위협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그는 서쪽을 물리고 동쪽을 유지할 경우 모양이 ‘태극’과 비슷해져 ‘태극형 배치 조정’이라고 이름 지었다.

얼마 전까지 ‘무적의 방패’로 알려졌던 이스라엘 아이언 돔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엄효식 전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예비역 대령)은 “한국 사회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과 교훈을 냉철하게 분석해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데 아이언 돔 사례에서 보듯 극단을 오가며 단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켓을 미사일로 쏘아 맞히는 요격 방식인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 전장 환경에 특화된 무기체계다. 사실, 발사된 로켓을 100% 요격하더라도 로켓 발사대가 건재하면 로켓이 계속 날아오므로 아예 로켓 발사대를 미사일이나 전투기 공격으로 없애버리는 타격이 요격보다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로켓을 쏜 곳(원점)을 타격하기 어려워 요격에 치중한 것이다. 하마스가 가자지구 민간지역에 섞여 로켓을 쏘기 때문에 원점 타격을 할 경우 민간인 공격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전장 환경이 다르고, 대처 방식도 다르다. 북한 장사정포는 민간 거주 지역과 떨어져 있다. 한국은 북한 장사정포 타격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한·미는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이 임박했다는 증거가 포착되면 전투기와 포병(자주포, 다연장로켓 등),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 등이 북한 장사정포 동굴 진지를 붕괴시킨다. 살아남은 북한 장사정포가 포격을 가해오면, 한·미의 대포병레이더가 포탄 궤적을 역추적해 포대 위치를 찾아내 파괴한다. 이후에도 제거하지 못한 북한 장사정포의 반격으로부터 수도권의 주요 시설 등을 지키려는 게 ‘한국형 아이언 돔’으로 불리는 북한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의 개발 목적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