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짱구맨과의 수상한 면접, 20살 선아의 죽음

스무 살 선아는 왜 죽음을 택해야 했을까요.

어제(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5월 아르바이트 면접 후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스무 살 선아의 사건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갓 스무 살이 된 선아는 학창 시절 전교회장을 할만큼 바르고 활발한 아이였습니다. 비록 입시에 실패해 재수 학원을 다니고 있었지만, 건축사를 꿈꾸며 하루하루 힘차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5월의 어느 날, 선아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핸드폰은 초기화된 상태였으며 유서도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장례를 치렀지만 선아가 학업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던 중 선아의 친구들은 선아가 사망 한 달 전 스터디카페 알바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내놨습니다. 이후 산부인과에서 성병인 헤르페스 2형을 진단받았고 결국 목숨을 끊었다는 것입니다.

헤르페스의 경우 주로 성관계로 전파되며 1형은 입술 주변에, 2형은 생식기에 나타납니다. 한번 감염되면 항바이러스로 관리할 순 있지만 완치는 불가능합니다. 신경절 속에 숨어 있다가 수시로 바이러스가 나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습니다.

선아의 사촌 언니는 SNS를 통해 제보를 받았고 30건 이상의 제보자들과 연결됐습니다. 제보자들은 모두 알바 사이트에 이력서를 공개한 뒤 한 남자의 연락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남자는 짱구 프로필을 쓰는 이씨였습니다.

이씨는 한 스터디카페에서 최소 6개월 동안 20대 초반 여성 200여 명을 상대로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해당 카페의 직원은 “이 사람은 단 한 번도 카드 계산을 한 적이 없다”라며 “마음에 안 들면 먼저 내보냈고 마음에 들면 함께 나갔다”라고 말했습니다.

면접이 진행된 뒤 이씨가 여성들을 데리고 간 곳은 옆 건물 3층의 멀티방이었습니다. 인근 상인은 “멀티방은 코로나로 망했다. 새로운 세입자가 왔는데 좀 이상했다. 간판도 바꾸지 않고 젊은 남자와 여자들이 들락거렸다. 그래서 성매매하는 곳이라고 짐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선아의 친구들은 “남자가 스터디 카페 외에도 커피바를 한다고 했다. 시급이 더 높다는 말에 갔는데 철문이 있었고 남자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라며 선아는 성폭행을 당한 뒤에야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선아 가족의 강한 요구로 수사를 진행했고 선아가 죽은 지 4개월 만에 짱구만 이씨가 구속됐고 키스방 운영자 김씨와 그의 후배 박씨가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이씨의 경우 이미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과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가 있었고, 선아가 따라간 곳은 실제로 키스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강간이 아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만 적용됐고 키스방 업주 김씨와 박씨에게는 직업안정법 위반만 적용됐습니다.

이씨는 “고액 알바를 원해 소개했고 성관계의 경우 합의 하에 했지만 강제로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씨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음성이 나왔지만 검찰 측의 재검사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소변으로 검사를 했다. 진단적인 가치가 조금 아쉬움이 있다. 소변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 병변 부분을 긁어서 PCR검사를 해야 확실하다. 병변이 사라졌을 경우 소변 보다는 혈액을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법률 전문가는 “살아서 증언했다면 특수 강간 치상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본인 진술이 없어서 입증이 어렵다”라고 전했습니다.

'짱구맨' 이씨의 지인은 “이씨는 사망자와 전혀 관련이 없다. 만나서 한 번 관계한 적은 있지만 강압적이지 않았다. 성병에 걸려서 우울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 키스방 소개해 준 것도 자기가 돈을 벌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키스방 종사자는 “저도 조사받는 과정에 오해가 있는 부분 제대로 잡고 싶었다. 이씨는 '와리'실장이다. 업주들에게 성매매 여성을 소개하고 수수료 챙기는 게 와리”라며 “키스방 페이가 낮아서 잘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유흥을 안 해 본 사람을 시킨다. 처음 일하기 때문에 팁 잘 주는 손님을 쓴다. 그게 교육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씨가 교육방을 빌미로 자기가 직접 성관계를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 보통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씨의 일탈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는 “이런 사건이 많다. 성매매로 끌어들이기 전 성폭행 먼저 하는 사건이 많다. 거부 못 하고 제안하는 대로 가는 경우도 많다”며 “성폭행은 착취하기 위한 덫이다. 보통 영상이나 사진을 찍고 목격자를 둬서 수치감을 주고 순응하도록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로파일러 표창원 소장 역시 “범행 패턴 보면 본질은 전통적인 성매매 인질 납치형, 인신매매형 성폭행의 모습과 닮았다”라며 “전반적인 행위 자체를 봤을 때 키스방 업주 김 씨와 짱구맨은 공범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성폭력 상담소 소장은 “피해자만 경각심을 가지면 아이들이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다”라며 “가해자 처벌에 집중한다면 더 의미가 있을 거 같다. 이 사람 때문에 자살한 거 아니냐.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당연히 치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선아의 은사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여기에 있는 것도 꿈 같다. 좋은 걸 가르쳐 주고 바른 걸 가르쳐 주고 싶은데 사회에 혼란이 생겨서 저희도 고민이 많다”라며 “아르바이트도 돈이 목적이 될 수 있지만, 미리 사회에 나가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이젠 함부로 나가지 말라고 해야 할 것 같고. 나쁜 짓 저지르면 엄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