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전세사기에 보증금 떼이는 세입자 늘어…올해만 603억원
HUG 대신 갚아준 보증금 늘어… 회수 불투명해 1조원 손실 가능성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4명 중 1명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9월 법원의 주택 경매 사건 중 6008건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이었다. 이중 세입자가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보증금 미수 주택’이 1411건(23.5%)이었다. 이는 지난해 임차보증금 미수 주택 비율(19.3%)보다 더 늘어난 비중이다. 또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전부 미수 주택’도 323건에 달했다.
보증금 미수는 임차인의 배당요구액보다 배당액이 적을 때 발생한다. 경매를 통해 주택이 낙찰되면 채권자들에게 순서대로 배당이 이뤄지는데 이때 세입자의 배당액이 전세보증금에 못미친다는 의미다.
올해 1~9월 누적 미수 보증금 총액은 603억원이다. 지난 한해 1년동안 발생한 미수 보증금(717억원) 84.1%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특히 많았다. 경기는 9월까지 임차보증금 미수 주택이 총 241건으로 미수 보증금은 143억원에 달했다. 서울은 119건에서 85억원, 인천은 123건에서 44억원, 경남은 150건에서 59억원, 부산은 99건에서 39억원의 미수 보증금이 발생했다.
진 의원은 “고금리로 원리금 연체에 따른 담보 주택의 경매 절차 개시 건수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의 채무상환 능력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임대차 주택이 경매의 목적물이 될 경우 적용하는 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변제권 인정 범위를 지속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갚아주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손실도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민기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HUG가 구상권을 보유한 ‘구상 가능 채권’(이하 구상채권) 잔액은 3조1732억원으로 이중 HUG가 실제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는 ‘회계상 구상채권’은 1조4075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구상채권의 44.4%에 그친 것이다.
나머지 1조7000억원 이상은 HUG가 상각과 매각, 출자 전환, 채무 면제 등으로 자체 처리해야만 한다. 이중 회수가 특히 어려운 채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일부 매각하는데, 이 과정에서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HUG는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구상채권 3563억원을 캠코에 매각했고 매각 대금은 2억여원에 불과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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