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시 승격 60주년…'작은 포구가 대표 관광도시로'
(속초=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강원 속초시가 올해 시 승격 60주년을 맞았다.
국내 대표 관광도시로 자리 잡은 속초시는 애초 작은 항·포구에 의지한 읍 단위 도시였지만 1962년 11월 21일 도약의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시 설치에 관한 법률' 공포에 따라 이듬해인 1963년 1월 1일 시로 승격했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하거나 남쪽을 선택한 실향민이 대거 정착하면서 인구가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0년, 한해 2천500만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했다. 시민의 단합으로 일궈낸 '설악의 기적'이다.
속초시는 세계적인 명산 설악산과 동해안 명승을 갖춘 천혜의 자연경관에 활력 넘치는 경제를 더해 환동해 중심도시로 뻗어나간다는 '새로운 속초 100년'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60년 전 인구 5만명 작은 포구→8만 3천명 세계적 관광도시 '비약적 성과'
속초시는 강원도 동북에 있는 산악도시이자 해안 도시다.
동쪽은 드넓은 동해가 펼쳐지고 서쪽은 설악산을 중심으로 백두대간이 호위하고 있다.
일찍이 바다로는 북강원, 중국, 러시아, 일본과 통하던 환동해 거점이었다.
육지로는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을 통해 내륙과 연결된다.
설악의 깊은 골짜기 물은 갈라지고 합쳐지며 세 개의 하천을 이뤄 숨을 고르다 바다에 닿는다.
가장 북쪽 장천천은 영랑호로, 중간 청초천은 청초호로, 남쪽 쌍천은 동해로 흐르니 산과 하천, 들과 호수, 바다를 다 갖춘 천혜의 땅이다.
쌍천을 경계로 양양군과 접해 있고, 북쪽은 국사봉을 경계로 고성군과 접한다.
서울과 248km, 내륙의 중심인 춘천과는 174km가 떨어져 있다. 면적은 105㎢, 강원도 전체 면적의 0.6%로 강원도 내 18개 시군 중 가장 작다. 임야가 75%가량으로 평지가 많지 않으나 자연이 주는 선물로 늘 풍요롭다.
시로 승격한 1963년 당시 인구는 5만여 명, 한 해 예산은 2천400만원에 불과했지만, 최근 인구는 8만 2천여 명, 시 예산은 6천억 원에 근접하고 있다.
비약적인 성과를 이루기까지 속초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일제강점기 항만과 어업이 활황을 이루면서 한가했던 어촌마을은 기지개를 켰다. 본격적으로 도시 성장이 이뤄진 것은 6·25 한국전쟁 이후다. 실향민이 대거 정착하면서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당시만 해도 명태와 오징어로 대표되는 어획고가 전국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주산업의 중심지였다.
전국 각지 수많은 사람이 속초에 모여든 데는 당시 동해안 수산업의 전진기지였던 속초항이 한몫했다.
60년대 속초항은 풍어기 생선시장인 파시의 전국적 중심지였다.
속초항은 1964년 7월 지정항에 이어 97년 12월 개항으로 지정됐다. 20여년 전 속초는 북방 항로를 열었다. 2000년 4월 백두산 항로가 개설되고 2002년 5월에는 금강산과 울릉도 가는 뱃길의 출발지가 됐다.
속초는 어항도시에서 국제항구 도시로 변모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중고 자동차를 수출하는 거점 역할을 한 것이다.
관광 분야 발전 또한 오늘의 속초를 있게 한 공신이다.
1980년대 전국 고등학생 대다수가 수학여행으로, 신혼부부의 다수가 설악동을 찾았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수산 도시는 1970년대부터 관광지가 개발되면서 관광수산도시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북한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탓에 해군 함대 피격사건, 북한군의 우리 어선 납포, 폭풍에 의한 해난사고 등 남다른 시련도 적지 않았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콘도미니엄, 골프장 등 레저휴양 시설이 대거 들어서고 관광객이 밀려들었다. 도시는 확장을 거듭했다.
설악∼금강대교가 개통돼 속초의 남북 교통축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어물전 수준이던 중앙시장은 설악로데오 거리 조성을 계기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관광수산시장으로 변모했다.
생활오수로 청정을 잃어가던 청초호와 영랑호는 하수종말처리장 도입으로 원래 모습을 되찾고 1999년 9월 11일부터 10월30일까지 50일간 청초호에서는 강원국제관광엑스포가 치러졌다.
이를 계기로 도시기반시설이 확충돼 지역발전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속초 앞으로 미래 100년 준비…동서고속화철도 신호탄
속초시는 미래 100년을 여는 새로운 비전을 마련했다.
가장 큰 기대는 30년 숙원사업인 동서고속화철도이다. 2027년까지 5천1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지난해 착공식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예정대로 개통되면 서울과 속초가 1시간 30분대로 연결된다.
획기적인 접근망 변화다. 동서고속화철도가 미래도시의 첫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수도권과는 고속화철도로 연결하고 바다를 통해서는 크루즈로 세계로 향한다.
코로나19로 굳게 닫혀 있는 크루즈 뱃길이 지난 3월 아마데아호를 시작으로 입항이 잇따라 본격적인 관광 항구도시로 서막이 오른 상태다.
또 고급형 크루즈 관광을 핵심관광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안정적인 크루즈 입항과 터미널 등 시설 개선을 위해 관련 기관과 지속해 협의하고 있다.
양양국제공항의 정상 회복을 통한 항구적 플라이 & 크루즈 관광 팸투어와 맞춤형으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지역소멸 대응 기금 지자체 평가 2위,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사업, 디지털 트윈국토시범사업, 설악동 화채마을 도시재생 사업, 스마트시티 솔루션 확산사업 등 대규모 공모사업에 선정돼 성장 기반을 갖추었다.
미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재정 안정성 향상과 역점사업 추진 동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속초시는 그동안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기틀을 다진 데 이어 앞으로 '글로벌 강소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살기 좋은 정주여건 조성은 물론 저출산 지원대책, 영어도서관과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등을 통한 부모와 아이 모두가 안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환경이다.
특히 세계적 관광도시로의 성장을 위해 크루즈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스마트 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ITS 국고보조사업, 스마트시티솔루션 확산 등 사업 추진으로 미래 도시교통 인프라 조성에 나섰다.
또 탄소 분야 모범도시로 성장을 위한 탄소중립 100년의 숲 조성을 비롯해 친환경 자동차 인프라 구축, 역세권 개발에 접목한 기후테크 벨리 조성을 본격화한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15일 "수도권과 가장 인접한 사통팔달의 관광지로, 세계적 여행 추세와 보조를 맞춘 고급형 관광상품 개발과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사람 중심의 교통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미래지향적 명품 관광문화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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