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의 400번째 미소···후계자 없는 대기록과 오승환의 미래
오승환(41·삼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기어코 올해도 30세이브를 채웠고 통산 40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오승환은 지난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전에서 4-3으로 앞선 8회초 2사 2루 등판했다. 대타 추신수를 1루 땅볼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낸 오승환은 9회초에는 볼넷 2개를 내주고 1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기에르모 에레디아와 박성한을 모두 외야 플라이로 잡고 경기를 끝냈다. 삼성이 5-3으로 이기면서 오승환은 시즌 30세이브와 함께 통산 400세이브를 기록했다.
통산 400세이브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손에 꼽히는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마리아노 리베라(652세이브)를 비롯한 8명만이 작성했고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이와세 히토키(407세이브)가 유일하게 갖고 있다. 오승환은 일본(80세이브)과 미국(42세이브)에서 뛴 기록까지 더하면 3대리그 통산 522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6년 간 해외에서 뛴 오승환은 KBO리그에서 총 13시즌 만에 400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의 기록은 사실상 후계자가 없다. 통산 최다 세이브 2위는 손승락(271세이브), 임창용(258세이브), 김용수(224세이브), 구대성(214세이브)까지 모두 은퇴한 투수들이다. 현역 중 오승환 바로 뒤를 잇는 투수도 베테랑 정우람(한화·197세이브)이다. 2006년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47세이브)을 세우고 4차례나 40세이브 이상을 달성하면서 빠른 속도로 세이브를 쌓아온 데다 불혹에도 마무리로 뛰면서 30세이브를 거두는 오승환의 진귀한 기록을 따라올 수 있는 투수는 앞으로도 나오기 쉽지 않다.
오승환은 마무리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기록들을 전부 가졌다. 이제 그의 결정에 따라 프로야구 역사의 기록도 달라진다. 오랜 해외리그 활약을 끝내고 2020년 KBO리그에 복귀한 오승환은 올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리그 현역 최고령 세대인 1982년생인 오승환의 거취는 올시즌 뒤 삼성과 KBO리그의 가장 큰 화제를 예고하고 있다.
복귀 뒤에도 만 39세였던 2021년에는 44세이브로 최고령 구원왕에 오르며 여전한 모습을 과시했던 오승환은 지난해부터 블론세이브가 폭증하는 등 부쩍 불안한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올해 두 번이나 2군에 갔고, 5월에는 오로지 구위를 되찾기 위한 시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에 나서기도 했다.
2021년 정규시즌 2위에 올랐지만 그 뒤 다시 가을야구에도 가지 못하고 있는 삼성은 마운드 세대교체 필요를 확인하고 오승환을 이동시켜 마무리 교체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새 주인을 찾지 못했고 2군에서 돌아와 강해진 오승환에게 다시 마무리를 맡긴 채 시즌을 정리하고있다. 구위가 떨어졌다고 해도 오승환은 14일 SSG전 세이브로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리그에서 30세이브를 거둔 투수는 오승환을 포함해 4명뿐이다.
전같지 않았던 오승환은 2군에서 회복해 돌아왔다.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 등판한 32경기에서는 2승2패 20세이브 평균자책 2.20을 기록하며 시즌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KBO리그 역사에서 아주 오랫동안 교체되지 않을 대기록으로 포기하지 않는 베테랑의 위엄도 보여주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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