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법 결국 일몰…기업 줄도산 위기에 금융권 자율협약 가동
위기 기업 선택지는 회생절차만 남아
한계기업 비율 15.5%
금융위, 기촉법 재입법 추진
금융 당국이 15일 일몰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채권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자율 운영협약을 가동한다. 코로나19 지원 종료와 경기 여건 악화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촉법이 효력을 상실하게 되자 금융권의 자율적인 기업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다만, 자율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워크아웃보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국회에 따르면 5년 한시법인 기촉법은 이날 일몰된다. 기촉법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워크아웃 제도 시행을 위해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이후 실효와 재제정을 거치며 6차례 운영됐으나, 이번에 또다시 연장에 실패하며 효력을 잃게 됐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금 등을 해주는 제도다.
그동안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통상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투트랙(Two track)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워크아웃 제도가 없어지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의 선택지는 회생절차만 남게 됐다.
법정관리는 기업이 대규모 채무로 인해 자력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어려울 때 신청하는 제도다. 법원은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제3자를 관리인으로 지정해 자금을 비롯해 기업활동 전반을 관리하도록 한다. 다만,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신속한 자금 지원과 채무 재조정이 어려워진다. 특히 회생절차는 협력업체와 일반 상거래채권자 등의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수주 계약 해지나 외환 거래 중단, 입찰 참여 제한 등의 사유에도 해당돼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 입장에서는 법정관리보다는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고 정상적인 기업활동도 이어가는 워크아웃을 선택하는 편이 유리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지향점은 같지만, 워크아웃은 기업을 살리기 위한 초동 대응 차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법정관리와 함께 워크아웃을 같이 가져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기촉법 일몰로 워크아웃을 할 수 없게 되자 채권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기업구조조정 운영 협약을 체결해 기촉법 공백에 대응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경우 ‘채권은행 운영 협약(은행연합회 모범규준)’이 있어 기촉법 실효 후에도 공동관리 절차를 통한 워크아웃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다른 금융업권에 대해서도 자율협약안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동시에 금융위는 기촉법 재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부실채권의 선제적 관리 등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 노력을 지속하고 기촉법 재입법 추진 등 상시 기업구조조정체계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자율협약의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고 채권자 범위도 금융회사로 한정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촉법이 실효되면서 기업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최근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경제 위기 속에서 한계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외부감사 기업 2만5135개 중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은 3903개로, 전체 기업의 15.5% 수준이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총이자비용을 나눈 지표로, 1을 넘지 못하면 번 돈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계기업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4.8%였다가 지난해 통화긴축 여파로 다시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파산하는 법인도 늘어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의원실이 대법원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034건이다. 이는 작년 동기(652건) 대비 54% 급증한 수치다. 코로나19 여파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2020년 1069건에도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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