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지진 피해…같은 민족,같은 인간으로서 가슴 아픕니다"
탈레반에 돈 갈까 모금 지지부진해도 "할 수 있는 건 이것뿐"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같은 민족, 같은 인간으로서 가슴이 아픕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대규모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대한민국에서 정착해 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2021년 8월 한국에 온 이들은 조국 동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싶다며 지진 피해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
지난 12일 울산 동구 서부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아프간 기여자 카리미 씨는 "우리가 떠나온 도시와 지진이 난 지역은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아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같은 민족, 같은 인간으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헤라트주에서는 규모 6.3 강진이 발생했다.
9일 기준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상황보고에 따르면 이 지진으로 2천445명이 숨지고 9천240명이 다쳤다.
2천 채에 가까운 주택도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아프간 탈레반 정부는 사망자를 1천여 명으로 집계했다.
카리미 씨는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난 지진이라 사망자가 많은 데다, 피해자 중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들어서 더 걱정된다"며 "탈레반 정부가 집계한 것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안타까움 속에서도 아프간 기여자들 사이에서는 조국 동포들을 돕기 위해 십시일반 성금을 모으고 있다.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인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진 피해 현장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11일부터 사흘간 모은 기부금 250만원을 13일 아프간 현지로 먼저 보냈다.
앞으로 기부금이 더 모이면 추가로 보낸다는 계획이다.
카리미 씨는 "내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서 돈을 보냈다"고 송금 화면을 내보였다.
함께 만난 다른 동료들도 5만원, 10만원씩 송금한 사진을 꺼내 보였다.
다만 아프간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 탈레반 정부가 집권하고 있어, 이들을 피해 한국으로 온 아프간 기여자들은 선뜻 돈을 내놓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모금은 지난 11일부터 이미 나흘째 이어지고 있지만, 울산 동구 지역에 살고 있는 아프간 기여자 23세대 137명 중 모금에 참여한 인원은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리미 씨는 "다른 나라에서 기부금을 모은다고 해도, 탈레반 정권을 먼저 거치기 때문에 지진 피해 현장에 실제로 모금액이 전해질지조차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특별기여자 누리 씨는 구호작업을 위해 지진 피해 현장에 파견된 옛 동료들을 통해 전달받은 현지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누리 씨는 "지진에 영향을 받은 10개 마을이 모두 사라졌고, 온전히 남아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다"며 "부상자를 싣기 위해 차량 150대가 동원됐고 1대는 사망자 시신으로만 가득 찼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존자들은 도로나 공원에서 지내고 있다"며 "피해를 본 10개 마을도 차량 수송 문제로 기부금이나 물품을 균등하게 나눠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자 "집, 음식, 전기, 기름, 화장실
등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건설 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해야 하므로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라며 "이동식 화장실과 임시로 지낼 텐트, 가스, 식용유, 전기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12일 아프간 강진 피해를 본 주민들을 돕기 위해 100만 달러(13억여원) 규모의 긴급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 구호금은 유엔인도지원조정실(UNOCHA)을 통해 전달될 예정이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는 모두 390여 명에 이르며, 탈레반 집권을 피해 2021년 8월 말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 중 29가정 157명(약 40.2%)이 지난해 2월부터 울산 동구에 정착했다.
이후 일부가 타 시도로 이주해 지금은 23가정 137명이 울산에서 생활하고 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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