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공격으로 흔들린 경제 판도…석유주와 방산주, 국채시장 주목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10월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으로 세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하마스의 기습적인 공격 자체도 그렇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공격의 규모와 그로 인한 인명 피해는 이전과는 다른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사법부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으로 극심한 분열 상태에 놓여 있던 이스라엘은 전면전을 선포했다. 세계 각국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스라엘 또는 하마스를 지지하거나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는 등 복잡하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중동 지역 분쟁으로 원유 가격 5% 상승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분쟁으로 원유 가격은 일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분쟁 발발 이전에 배럴당 81.5달러까지 하락했던 원유 가격은 선물시장에서 5% 이상 상승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천연가스, 정제유 등 관련 상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감의 확산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면서 달러 강세가 진행되고 있으며, 금 가격 역시 하락세에서 벗어나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다. 세계경제는 다시 침체와 인플레이션 공포에 빠졌다.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는 중앙은행의 노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한 유럽 등 많은 지역의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이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하마스의 공격에 따른 경제적 여파는 분쟁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산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를 돌이켜보면 위기의 발생은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과 주요국의 주가 하락을 초래했다. 이번 위기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향후 사태 진전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마스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일단락된다면 단기적인 영향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로 문제의 범위가 국한되는 한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특별히 부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가장 큰 관심은 원유 가격이다. 사우디의 공급 축소와 미국의 전략비축유 고갈, 예상보다 강한 미국의 지표 등으로 인해 유가는 언제라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 만약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면 유가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동안 제재를 완화하면서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 증가시켜 왔는데 이것이 중단될 경우 유가는 최소 5달러 이상 상승할 것이다. 골드만삭스 추정에 따르면 이란 생산량이 하루 10만 배럴 감소할 때마다 유가는 1달러 이상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원유 가격의 급등은 단기적으로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경기 둔화 및 침체의 지속은 원유 수요 감소와 그에 따른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산유국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현재의 경기 사이클과 이미 둔화하고 있는 글로벌 수요를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원유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 필요한 경우 사우디도 생산량을 늘려 시장에 더 많은 원유 공급을 통해 가격 안정과 지배력 유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이 타 국가로 확대되지만 않는다면 제3차 오일쇼크와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이러한 예측에서 가장 큰 변수는 이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세계 여러 언론은 이란이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으며, 몇 달 전부터 하마스 등과 협력해 면밀하게 타격 계획을 수립해 왔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에 나설 경우 중동 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돌입하게 되며, 원유 공급을 둘러싼 불안감으로 인해 원유 가격은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 원유 가격의 폭등은 미국을 비롯한 비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관련 투자가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공급 확대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은 그 자체로 중동 전체의 질서를 뒤흔드는 대규모 사건일 뿐만 아니라 이란이 장악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을 통해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국교 수립을 포함한 관계 정상화를 위한 회담이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번 분쟁의 타이밍은 교묘하게 계획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란 배후설의 진위 여부 따라 유가 변할 듯
주식시장의 경우 위험자산 가격 재조정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사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약화되고 있는 투자심리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당연히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자산시장의 관심은 채권과 환율에 쏠리고 있다. 긴장 국면이 지속되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약세를 보이던 미국 장기채 선호가 회복되면서 전체적인 금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환율의 경우 달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작년 말과 유사한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의 약세가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급격한 환율 변동이 초래될 수 있으며, 이를 제어하기 위해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리 상승이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대규모 지정학적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투자 축소를 택하곤 했다. 하지만 오히려 상승과 이득을 기대할 수 있는 석유주, 방산주 및 국채 등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존재한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매크로한 경제의 변화와 별개로 투자시장은 나름의 논리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미국 경기 둔화는 결국 석유에 대한 수요 감소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석유와 국채에 대한 투자를 효과적으로 조절한다면 의외의 성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는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으며 이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5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돌이켜보면 단순한 석유 공급 감소와 더불어 당시 중앙은행의 잘못된 대응이 문제를 장기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지금은 과거가 반복될 것이라는 반사적 대응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냉정하게 대처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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